증시 부진 속에서도 삼성생명(032830) 주가는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도입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다만 동시에 최근 논란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며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직전 거래일인 23일 장중 한때 7만 47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번지며 1.83% 하락했다. 삼성생명은 이달 13일 신고가(7만 4400원)를 기록한 후 22일에도 신고가(7만4700원)로 장을 마치기도 해 연일 고점 돌파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7월 15일 올해 저가 5만6000원을 기록한 이후 33%나 뛰었다.
상승 배경으로는 IFRS17도입이 꼽힌다. 내년 도입 예정인 IFRS17은 보험부채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새 기준에 따라 보험영업의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도입되는데,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기준 삼성생명의 CSM은 8조 원 수준이었으나, IFRS17 도입 후인 2023년 초에는 1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배당 확대 가능성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제도 도입 이후 초기 정착 기간을 무사히 넘기면 점진적 주주환원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아직 구체화 전이지만, 주당배당금(DPS)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 3000원에서 7만 9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그러나 최근 논란 중인 삼성생명법은 우려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법안 역시 보험사 총 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원가’로 보유할 수 있는 현행 규제를 ‘시가’로 변경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주식 약 5억 815만 7148주(지분 8.51%)를 팔아야 한다. 23일 종가 기준 약 29조 5240억 원 규모다. 삼성생명법은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생명법이 주가에 악재로 분석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법은 호재가 아니다”라며 “ 유배당계약자 배당으로 인한 운용자산 감소로 기존보다 1.8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야 투자이익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FRS17과 함께 IFRS9가 도입되면 배당성향을 인상하지 않고는 주주들이 매각차익을 공유할 수 없는 것 역시 이유로 제시됐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생명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목표주가 8만 원은 유지했다.
삼성생명법 통과 시 중장기적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외유출에 따른 펀더멘털 약화가 불가피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생명은 올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9위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이달 23일까지 삼성생명을 총 1909억 원 순매수했다. 거래대금과 거래량으로 계산한 평균 매수단가(6만 5000원)를 감안했을 때 13%의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