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남은 형기 약 15년과 벌금 82억 원을 면제받게 됐다. 수감 4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벌금 면제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포함한 신년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횡령·뇌물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구속 수사를 주도했던 윤 대통령에 의해 사면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경선 중 불거진 다스·BBK 등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2018년 초 재개되면서 그해 3월 처음 구속됐다. 이후 형 집행정지로 올해 6월 말 풀려나기 전까지 총 958일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 결정에 따라 남은 14년여의 형기를 면제받는다. 동시에 벌금 130억 원 중 끝까지 내지 않은 약 82억 원도 집행 없이 그대로 면제받게 됐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은 미납된 벌금이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이 고려됐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벌금을 미납했지만 사면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추징금 미납분 7억 원에 대한 사면은 불발됐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신 국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반적으로 벌금도 사면하지 않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면을 한다”며 “추징금과 지금까지 납부된 벌금을 합하면 뇌물 수수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뇌물로 받은 89억 원보다 벌금으로 낸 48억 원과 추징금 58억 8000만 원을 합친 106억 8000만여 원이 더 크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직 대통령실 참모가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번 사면이 ‘내 편 챙기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재직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올 10월 말 유죄가 확정됐지만 사면됐다. 이번에 복권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