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軍, 훈련도 안하고 뭐했나" 北무인기 대응 격노

대통령실 “기대 수준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강하게 질책하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군의 북한 군용 무인기 도발 대응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그동안 도대체 뭐한 거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이 장관으로부터 무인기 대응 관련 보고를 받고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러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보고에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전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회의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김승겸 합참의장,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과 임종득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이어 김 실장과 이 장관은 지하 벙커 회의 도중 윤 대통령을 만나 논의 내용을 중간 구두 보고 했는데 윤 대통령이 “어떻게 북한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는 데가 없을 수 있느냐. 과거에 이미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까지 뭘 한 거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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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그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또 기강이 해이하고 훈련이 대단히 부족한 게 아닌 지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시고 주문하신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 무인기 침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데 대해 "NSC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국가안보실장이 수시로 받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을 통해 합참에도 전달이 되는 긴박한 상황이 실시간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NSC 대신 전날 오전 안보실장 주재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가 소집된 점을 부각했다. 그는 "북한의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한 평가, 향후 대응 방안과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소집했고, 거기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NSC 개최 여부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지표가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그 점을 국민께서 오해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브리핑에서는 무인기 침범 당시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사항도 일부 공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첫 번째 1대가 내려왔을 때 대통령께서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는데,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한 대에 대해서 우리는 2대, 3대 올려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고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였다"고 말했다.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솔직히 좀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포로 파리를 잡는 격'이라는 비유를 인용하며 "무인기가 너무 작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맨눈으로 식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정찰 드론이 찍고 가는 사진이 사실 구글 어스보다 못할 수 있다"며 "(대응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대단히 정교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훈련을 강화하든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후자를 강조했다"며 "드론부대를 운영함으로써 북한의 비대칭전력인 무인기뿐 아니라 핵·생화학무기 억제 및 대응에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시각에서 부대 창설을 지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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