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사모펀드 운영사인 시에라인베스트먼트가 현대렌탈케어의 새 주인으로 낙점된 가운데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돼 재계의 관심을 모은다. 권 전 부총리는 2018년 자산운용사를 직접 설립하며 조용히 금융계에서 보폭을 넓혀온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설립된 시에라인베스트먼트는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계열사인 현대렌탈 인수를 위해 단독 협상을 진행해 최근 지분 80%를 137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홈쇼핑(057050)이 현대렌탈 지분 20%를 계속 보유해 현대백화점그룹과 우호적 관계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시에라인베는 권오규 전 부총리가 대주주인 BKPL자산운용이 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사모펀드 운영사"라며 “현대백화점 그룹과 인수 협상에도 권 전 부총리가 상당 부분 관여했다"고 말했다.
권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거쳐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 부총리를 지낸 거물이다.
권 전 부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18년 12월 BKPL자산운용을 설립하는데 참여해 회장으로 활동해 온 것도 확인됐다. BKPL자산운용은 글로벌 부실채권과 미국 부동산 담보대출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약 6500억 원 규모 자산을 운용중이다.
BKPL자산운용의 지분 100%는 발벡케이피엘코리아(Balbec KPL Korea)가 보유 중인데 권 전 부총리는 발벡케이피엘의 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권 전 부총리는 발벡케이피엘을 통해 2016년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을 공동 설립, 지분 35%를 보유하다 2018년 7월 매각하기도 했다.
권 전 부총리는 현대차(005380) 정몽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현대가(家)와 친분 관계가 깊은 데 이같은 인연이 현대렌탈 인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렌탈 성장을 위해 2017년 900억 원, 2019년 1000억 원 등의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매각 과정에서 20%의 지분을 남긴 것은 시에라인베나 권 전 부총리측 의중이 적잖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시에라인베는 또 현대렌탈 인수를 위해 M&A업계 큰 손인 MG새마을금고와 엠캐피탈(옛 효성캐피탈)을 우군으로 맞이했다. 엠캐피탈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스티리더스PE가 최대주주로 있는데 에스티리더스는 새마을금고의 출자를 받아 2020년 말 엠캐피탈을 인수했다. 새마을금고는 현대렌탈 인수를 위해 꾸려질 시에라인베의 펀드에 자금 출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라인베는 렌탈 사업과 캐피탈간 사업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렌탈이 렌탈 채권을 할인해 엠캐피탈에 매각하면 곧바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엠캐피탈은 렌탈 계약 종료까지 안정적 이자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마을금고의 3000개가 넘는 전국 지점을 활용하면 대출과 카드를 연계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의 렌탈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엠캐피탈과 새마을금고 영업망이 결합하면 현대렌탈이 엄청난 영업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며 "현대백화점그룹이 주요 주주로 남아 있어 브랜드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