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생중계로 국민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로 당면한 복합 위기 극복과 미래 세대를 위한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을 강조했다. 올해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역시 지속되는 흐름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체질까지 개선하는 개혁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년 벽두에 위기 극복과 개혁을 천명한 윤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묻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강한 의지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왔다”며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 11번·미래 10번…“수출 총력전”=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를 11번 강조했다. 올해 어두운 경제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물가 상승에 대해 세계 각국은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해왔다”며 “올해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실시하는 불가피한 금리 인상의 조치가 우리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한다”며 “수출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일자리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무역장벽을 더 높이 쌓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연대를 통한 수출 다변화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무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일변도의 전략을 벗어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수출 전략은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며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통해 연대하고 있으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연대는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미래를 10번 외치며 다음 먹거리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사를 돌아보면 위기와 도전이 세계경제를 휘몰아칠 때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발굴한 나라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기업가정신’을 가진 미래 세대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도전하고 그 도전이 꽃피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개혁도 8번 언급…“기득권과 타협 없다”=윤 대통령은 나아가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을 8번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사 법치주의’”라며 올해도 불법 파업을 일삼는 노조와는 타협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기술, 폭발하는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교육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교육 개혁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지역 균형 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또 “연금 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 연구, 국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며 강한 개혁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북한 언급은 없어…도어스테핑도 불투명=신년사에 단골처럼 등장해왔던 북한과 관련된 언급은 빠졌다.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던 전임 정부의 신년사와는 대조적이다. 북한이 최근 연쇄적으로 군사 도발을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편 새해 첫날 도어스테핑을 재개하지 않았다. 또 통상 1월 중순께 이뤄지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역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당 기간 도어스테핑 형식의 언론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국정과제점검회의와 이날 신년사 발표와 같이 필요할 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식의 대국민 소통을 이어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