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니치와”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인력 송출 회사 ‘안즈엉그룹’에 들어서자 베트남 청년들이 고개를 숙이며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다. 발음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일본인 특유의 겸양스러운 태도가 느껴졌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일본어뿐 아니라 일본식 예절과 전통 무술까지 가르친 영향이다. 기숙사에서는 분리수거, 신발 정리 등 일본식 생활 규칙도 준수해야 한다.
안즈엉은 지하철 타는 법 등 일본 정착에 필요한 생활 요령까지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켜놓았다. 지하철 모형을 설치해 타고 내리는 매너와 환승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쿠엉티응옥꾸인 안즈엉 부회장은 “언어 외에도 문화와 일본의 법까지 교육한다”며 “베트남에는 지하철이 없는데 베트남 청년들이 일본에서 일을 하려면 지하철을 타야 하니 지하철 타기도 시험을 본다”고 설명했다.
노동력만을 갖춘 인력을 일본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과 동화돼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안즈엉의 역할이다. 이는 일본 기업의 요구 사항이다. 꾸인 부회장은 “일본 기업은 높은 수준의 회화, 일본식 예절 등을 예비 기능실습생에게 요구한다”며 “일본 기업은 직접 안즈엉으로 와 이들의 회화 수준 등을 면접한 뒤 선발해간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의 교육과 선발 제도를 거친 후 기능실습생으로 떠난 베트남 청년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비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꾸인 부회장은 “95%가 기능실습생 기간 동안 잘 정착한다”며 “불법체류자 전환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KIPA) 등에서는 일본식 교육 제도를 본떠 한국에 인력을 송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만난 박창덕 KIPA 해외협력본부장은 “한국의 단기 근로 제도는 일본의 기능실습생 제도처럼 상당 기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은 아니다”라면서도 “KIPA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해 한국으로 보낸 베트남 청년들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