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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0년 제자리 K증시, 왜 그럴까





해는 바뀌었지만 코스피는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장중 2200선이 깨지며 ‘1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부진 원인으로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많은 이유를 나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수가 처음 2200선을 돌파한 2011년 수준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코스피의 시계가 10년간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우리 증시의 고질병을 지목한다. 한국 주식에 투자해봐야 결국 ‘박스피(박스+코스피)’에 갇혀서 자산 증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이 쌓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2년에서 2021년까지 10년간 45개국 3만 2000여 개의 상장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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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오래된 만큼 원인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늘 ‘주주 환원 미흡’ 문제다. 주요국 배당성향을 따져보면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을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을 외면하다 보니 주주로서는 장기적 주식 보유보다 단기 차익 실현에만 초점을 두게 된다.

다행히 금융 당국도 최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불투명한 배당 제도를 수술해 투자자들의 수익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기업들의 자발적인 배당 확대가 우선이다. 이를 위한 세제 혜택 제공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는 많은 ‘훈장’을 달았다. 크게 늘어난 외환보유액, 높아진 신용등급,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우량 자본시장이라는 훈장까지 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주주가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면 기업은 그 성과를 주주와 우선해 나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모습이 당연한 일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증시는 비로소 ‘디스카운트’가 아닌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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