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저게 뭐야. 저렇게 많이 쏘아댄다는 말이야?’
지난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을 한 뒤 호텔 방 창가에서 남서쪽 산맥 너머에서 연신 쏘아올려지는 발사체 행렬을 보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당시 오후 날씨가 쾌청했는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군 기지에서 발사체 실험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약 500㎞ 떨어진 태평양변의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인지, 가까운 다른 기지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몇 차례 쏘아 올리겠지’라고 생각했으나 2~3시간 족히 발사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것도 한 번에 2대씩 발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하나는 70~80도 고각으로 바로 쏘고 다른 것은 중간에 45도 꺾는 등 다양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유도무기 시험이거나 발사체 추진 기관으로 이중 활용이 가능한 로켓 시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하튼 기자의 눈에 미국 우주항공의 엄청난 저력이 피부로 느껴졌다. 우리 달 탐사선(다누리)도 지난해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된 것이다. 우리가 지난해 6월 한국형 발사체(누리호)를 시험발사하고 올해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되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쾌거이다.
문제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는 점이다. ‘우주굴기’를 펴는 중국은 10년 내 달 기지 건설을 목표하고, 일본은 민간기업이 내년 4월 달 착륙을 위해 착륙선을 발사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능력을 대폭 키우고 있다. 우리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과 군 정찰위성 확보 추진에 나서고 차세대 발사체를 통해 중대형 위성 자체 발사와 2032년 달 착륙을 꾀할 방침이나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연말에 우주항공청을 띄우려는 것도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서다. 매년 봄 4차례 우주포럼을 열어온 본지는 처음부터 우주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 방안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특정 부처 산하에 두면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시너지 창출이 힘들다. 그만큼 부처 간 칸막이나 이기주의가 심하기 때문이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방송통신위나 금융위원회처럼 상설 행정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컨트롤타워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본지는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1월에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대통령이 범부처를 통합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4차위의 지원단을 장악하고 쥐락펴락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할 때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결국 우려했던대로 4차위는 표류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간판을 내리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로 대체되는 신세가 됐다.
우리가 로켓이나 발사체 시험에서 제약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 새삼 미국에서 느꼈던 충격이 밀려온다. 대통령실은 4차위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주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차제에 범부처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