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부진할수록 메모리 투자 축소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올해 상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 생산능력 증설 유인이 존재해 공급 조절에 명시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대신증권)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6일)를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감산 및 투자 축소’에 대한 설왕설래가 격화하고 있다. 삼성이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감산·투자 축소는 없다”고 밝혔지만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해 메모리 부문이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씨티증권의 보고서가 논쟁이 불을 지폈다. 감산파와 비감산파가 맞서고 있는 셈이다.
감산파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삼성전자만 독야청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텔·퀄컴·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일본의 기옥시아,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이미 내년 설비투자 및 생산 축소와 정리해고 등을 예고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올해 1~2분기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DS) 부문이 적자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장 복도 불까지 절반은 끄는 등 마른 수건을 짜는 상황이다. 감산이 반도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장비 안에 투입된 웨이퍼를 모두 폐기해야 해 큰 손실을 본다. 2021년 2월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로 텍사스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수일간 멈췄을 때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났다. 상황에 따라 티 나지 않게 공장별 출하량을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감산파의 목소리도 명징하다.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 3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로 줄었기에 지금 투자를 늘려야 호황기가 왔을 때 과실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감산파들은 새로운 논리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반도체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바로 투자 축소나 감산 등을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감산 발표 후 SK하이닉스 등이 곧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이러한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여둔 상황에서 티가 나지 않게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경쟁사 눈치를 봐야 해 감산 카드는 당장 불가능하지만 향후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 경제나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