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젠 니하오 대신 씬짜오"…K분유 이어 롯데리아는 '국민버거' 우뚝

['K푸드 메카' 베트남…'넥스트차이나' 자리매김]

출산율 높아 韓분유 '기회의 땅'

일동후디스 '하이키드' 수출액

200억→400억으로 4년새 두배

롯데리아는 매장 수 270개 달해

맥도날드·버거킹 등 시장 압도

미얀마 등 진출 전초기지 제격

"中 의존도 줄이자" 적극 투자





유업계는 2016년과 2017년 2년 사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중국 내 한국산 프리미엄 분유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16년 조제분유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1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이듬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곧바로 수출 실적이 30% 넘게 폭락했기 때문이다. 분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분유 시장 성장성을 높이 본 주요 유업체는 생산 라인을 늘리는 등 외형 확장에 나섰지만 외부 변수의 직격탄을 맞고 한동안 큰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대(對)중국 분유 수출액이 조금씩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롯데제과 분유 2종. 사진 제공=롯데제과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롯데제과 분유 2종. 사진 제공=롯데제과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구세주’가 베트남이었다. 출생률이 높아 분유 시장이 한국의 3배 이상인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베트남 부모들 사이에서 한국산 분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유업계는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렸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업체가 롯데제과(280360)다. 지난해 7월 롯데푸드와 합병한 롯데제과는 롯데푸드가 전개해온 베트남 분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9년 현지에 론칭한 분유 브랜드 ‘뉴본’을 비롯해 ‘롯데키드 A+’ ‘그랑노블’ 등의 판매를 담당하고 있으며 TV 프로그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롯데제과의 베트남 분유 수출액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현지 수입 파트너사가 호찌민에 이어 수도 하노이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한국보다 빨리 결혼하는 베트남 상황에 맞춰 틱톡숍 개설, 페이스북 홍보 등 젊은 세대에 익숙한 모바일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남양유업(003920)도 베트남에서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며 ‘임페리얼XO’ 등 분유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2016년 전체 조제분유 수출액 중 베트남의 비중은 6.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7% 수준까지 치솟았다.

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 천호엔케어가 지난해 12월 베트남 시장 론칭 2주년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천호엔케어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 천호엔케어가 지난해 12월 베트남 시장 론칭 2주년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천호엔케어


분유뿐만 아니라 다른 K푸드에도 베트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 대형 유통 체인 증가 등으로 베트남 식음료 시장이 지속적으로 크고 있는 가운데 K컬처 확산으로 K푸드 인지도와 소비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동후디스의 어린이·청소년 영양 균형식 ‘하이키드’의 수출액은 2019년 210억 원에서 지난해 400억 원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아이들의 키 성장에 관심이 높은 베트남 부모들의 핵심 니즈와 맞아떨어지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건강 기능 식품 전문 기업 천호엔케어의 지난해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300% 증가했다. 도라지배즙, 석류즙, 어린이 건강즙에 대한 현지 반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 제품. 사진 제공=오리온오리온 베트남 법인 제품. 사진 제공=오리온



수출 외에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판매 체계를 구축해 입지를 강화하는 업체도 많다. 1995년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베트남에 처음으로 진출한 오리온(271560)은 2006년 호찌민 미푹 공장, 2009년 하노이 옌퐁 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대표 제과 업체로 위상을 굳혔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법인의 연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돌파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3분기까지 기준) 매출 성장률은 35%를 넘어 중국 법인(7.4%)을 크게 웃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베트남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1998년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리아의 현재 베트남 매장 수는 270개에 이르며 맥도날드·버거킹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현지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6월 1호점을 내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현재 현지에 38개 매장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베이커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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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미얀마 매장 전경. 사진 제공=롯데GRS롯데리아 미얀마 매장 전경. 사진 제공=롯데GRS


베트남은 식품 업계의 다른 동남아 국가 진출에 전초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접국인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를 공략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까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기업도 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 곳곳에 깃발을 꽂으려는 하이트진로(000080)가 대표적이다. 베트남 스피릿(증류주) 시장 판매량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2021년 동남아 지역 소주 수출액은 2688만 달러로 2년 전인 2019년 대비 55% 이상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도 과일 소주 ‘순하리’ 등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상(001680)은 베트남을 넘어 인도네시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1970년대 일찌감치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대상은 ‘미원’ 등 K조미료를 앞세워 2021년 현지에서 42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9년(3464억 원)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56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미원의 점유율은 22%로 현지에서 2~3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식품 업계는 오랫동안 주력 해외 매출 국가였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 공략 속도를 더 높이는 게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조치에 대한 보복, 코로나 대응 방식에서 보듯 중국의 불확실성에 올인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이제 코로나 변수도 마무리되는 만큼 앞으로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에 대한 공략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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