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38)가 다음 주 출간 예정인 자서전에서 2019년 형인 윌리엄 왕세자(40)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는 10일 출간 예정인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Spare)’의 사본을 입수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자서전의 제목인 ‘스페어’는 왕가와 귀족 집안의 차남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장남은 지위와 권력, 재산을 물려받지만 차남은 장남에게 만약의 사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여분(스페어)’이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폭행 사건은 2019년 해리 왕자가 런던 자택에서 윌리엄과 만나 말다툼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윌리엄이 해리의 아내 메건 마클(41)에 대해 “까다롭다”, “무례하다”, “거칠다”고 하자 해리는 형이 언론에 나오는 얘기를 앵무새처럼 따라한다고 맞받아쳤다.
말다툼을 벌이던 형제는 모두 감정이 격해져 서로에게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형 윌리엄에게 “후계자처럼 행동한다”며 “동생이 스페어 신세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서로 모욕이 오간 후 윌리엄이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말하자, 해리는 “이게 도와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후 주방에서까지도 언쟁을 벌이던 중 윌리엄이 해리의 옷깃을 잡고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 자리에서 개밥그릇이 깨지면서 파편이 해리의 몸에 박혔다. 윌리엄은 “어린 시절 싸웠을 때처럼, (내가 너를 때려서 네가) 맞았으니 (너도 나를) 때리라”고 했으나 해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집을 나가려다 돌아와 사과했다.
윌리엄은 다시 나가던 도중 뒤를 돌아보며 해리에게 “이번 일은 멕(해리의 부인인 메건 마클)에게 얘기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메건이 해리의 등에 있는 찰과상과 타박상을 본 뒤 매우 서글퍼했다고 해리는 전했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은 2020년 3월 왕실과 결별하고 캐나다로 떠났다가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으며 같은 해 4월부터 왕가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공식 활동 의무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21년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이번 회고록 등 책 4권을 2000만달러(약 255억 원)에 출간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리 왕자 부부는 2021년 초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첫 인터뷰를 하면서 왕실 내 인종차별 등을 폭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6부작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
자서전 출간 이틀 전인 오는 8일 영국 ITV와 미국 CBS에서 해리 왕자의 인터뷰가 방영될 예정이다.
한편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해당 인터뷰의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모든 런던 타블로이드의 헤드라인이 관련 내용으로 장식됐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오직 파이낸셜타임스만이 ‘영국의 리세션(경기침체)이 심화 및 장기화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라며 “이는 그동안 왕실 가족의 가십거리가 해온 것처럼 (경제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는 해리가 종종 강하게 비판해왔던 대중의 구경거리 역할을 이 커플 스스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