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1월 7일)을 맞아 처음으로 36시간의 일시 휴전을 선포했다. 국제사회가 ‘속임수’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휴전 개시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에서는 공격 주체가 불분명한 포격이 이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공격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크렘린궁은 5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모스크바 기준)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한국 시각 8일 오전 6시)까지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에서 휴전 체제를 도입할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정교회 신도가 전투 지역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측에 휴전을 선언하고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예배에 참석할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는 이날 오전 ‘전쟁 당사국’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이 같은 휴전을 제안한 바 있다. 정교회에서는 가톨릭보다 13일 늦게 성탄절을 기념한다.
갑작스러운 휴전 선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전쟁 이후 러시아 정교회와 모든 관계를 끊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연말연시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진군을 중단시키고 더 많은 러시아군을 끌어들이려는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그(푸틴)는 단지 숨을 돌리려 한다”고 일축했으며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재편성과 휴식 이후 궁극적으로 재공격을 하기 위해 휴전 명령을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예정대로 휴전을 개시했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게 우크라이나에는 6일 오전부터 포성이 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인근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올렉산드르 혼차렌코 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시가 공격을 받고 있다”며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고 밝혔다. 이 곳은 러시아 점령지와 인접해 있는 전선 도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이 곳을 공격했다고 비난한 반면 러시아 측은 자신들이 휴전 명령을 지키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