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모주 시장이 막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공모주 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축에 증시 전체가 메마르면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공모주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물론 지난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곳도 13개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공모주 시장 분위기도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증시 자체가 살아나지 못하면 기업공개(IPO)에 나선 공모주들의 가치도 크게 깎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깜깜할수록 진흙 속의 진주는 더욱 빛나는 법. 작지만 짱짱해진 올해 IPO 시장 전망과 함께 이달 공모에 나서는 8개 기업 분석까지 몽땅 정리해 전해드리겠습니다.
공모 수는 비슷, 공모 규모는 절반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IPO 예정 기업 수는 약 130~140개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공모금액은 7조5000억~10조원 수준으로 작년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해 공모주 대란을 일으켰던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대어급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증시 위축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 대어급들은 IPO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청구를 신청한 코스피 상장 예정 기업이 아직 없다”며 “일부 기업은 국내 코스피가 아닌 나스닥 상장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 변동성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코스닥 상장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110~120개 기업이 공모에 나서고, 공모금액도 2조5000억~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지난해부터 증시의 희망으로 떠오른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상장이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배후 산업 전망이 좋고 실적이 탄탄한 기업들이 증시에 들어오면서 코스닥 시장은 더욱 묵직해질 전망입니다.
올해도 공모 철회 봇물? 약간 달라
물론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1900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올해도 공모 포기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거든요.
①끝나가는 예비심사 효력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이 심사를 통과하면 6개월 안에 기업공모를 진행해야 합니다. 효력 기간이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며 비용이며 만만치 않겠죠.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곳은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오아이스’ 등입니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해 8월 22일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다음달 22일 전에는 공모 절차를 끝내야 합니다.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의 일정을 진행하려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죠. 참고로 같은 날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컬리는 결국 IPO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케이뱅크도 올해 3월 30일 이전에 공모를 완료해야 하는데요.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상장에 대한 의지를 다진 만큼 조만간 상장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오아시스도 상반기 내로 상장을 추진할 전망입니다.
②끝나가는 기술성 평가 효력
기술특레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기술성 평가 유효기간에 쫓겨 상장하는 경우가 나올 것으로 분석됩니다.
③재무적투자자(FI)들의 압박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압박도 상장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특히 11번가는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 FI들과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한다는 약속을 마친 상태라 올해 상장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대어를 노리면 상반기보단 하반기
대어급 IPO를 노린다면 상반기보단 하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래도 대어급들은 시장 회복의 흐름을 보면서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약 50곳, 상장 승인을 받고 공모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기업은 20여곳에 달합니다.
증시 입성을 대기 중인 대어급 IPO는 SK에코플랜트(예상 기업가치 10조원)와 카카오모빌리티(8조원), LG CNS(7조원), CJ올리브영(3조원), 11번가(2조원) 등입니다.
이 중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SK에코플랜트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5월 기존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친환경 생태계 플랫폼 구축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 기업가치 상향을 꾀하고 있습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1조원가량의 자본 확충에 성공해 부채비율도 줄였죠. 상장 목표 시점은 올해 하반기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2차전지 전문기업 에코프로그룹의 전구체 생산 자회사로 하반기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계묘년 첫 주자는? 1월 공모주.zip
그렇다고 마냥 올 하반기만 기다릴 순 없죠. 당장 올해 첫 달에는 어떤 기업이 공모에 나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공모 일정의 업데이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나 38커뮤니케이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올 1월에는 티이엠씨 등 8개사가 코스닥 시장에 데뷔합니다. 8개 기업 중 절반가량이 소재·부품·장비 또는 정보기술(IT) 관련 강소기업입니다. 티이엠씨와 한주라이트메탈은 4일부터 5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10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에 나설 예정입니다. 티이엠씨는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특수 가스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으로 포스코와 삼성 계열사가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습니다. 공모희망가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4201억원으로 1월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힙니다. 한주라이트메탈은 독자적인 저압 다이캐스팅 기술력으로 GM·포드·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강소기업입니다.
미래반도체·샌즈랩·오브젠은 이달 10~11일 동시에 수요예측에 나섭니다.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을 유통하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샌즈랩은 악성코드 샘플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멀웨어즈닷컴’을 주요 사업으로 둔 보안 업체이고, 오브젠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마케팅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기이브이·스튜디오미르·꿈비 등 세 곳은 1월 하순 IPO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3개사 중 몸값이 가장 높은 곳은 삼기이브이입니다. 삼기이브이는 자동차 부품사인 삼기가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세운 업체로 티이엠씨에 이어 두 번째로 덩치가 큰 IPO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