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1주일 새 2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순매수하면서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외국인들의 대형주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1월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22포인트(2.63%) 오른 2350.19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2200선이 붕괴되며 증시에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400선 탈환을 향해가고 있다. 코스닥 역시 12.27포인트(1.78%) 오른 701.21을 기록했다.
증시 상승세는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6거래일 동안 총 1조 8311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의 순매도 금액(1조 6995억 원)를 이미 넘어섰다. 연초 배당 차익 거래 매물을 쏟아내던 국내 기관들도 이날은 7409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1조 8854억 원)만 매도를 나타냈다.
암울했던 증시의 분위기가 반전 기미를 보이는 이유는 금리 정점 기대감이다. 이번 주에는 두 가지의 ‘빅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한국 시각 12일 10시 30분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13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 상황 보고서가 ‘예고편’ 격이었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대비 4.6% 상승해 전달의 4.8%에서 하락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25bp(1bp=0.1%포인트) 인상이 예상되지만 소수 의견으로 동결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이 완화로 선회했던 과거 여섯 번의 시기 중 2008년 11월을 제외하고 다섯 차례는 금리를 동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결 결정 전 소수 의견이 나온 뒤 다음 달 동결을 결정했던 적이 두 번이나 있었던 만큼 이달이나 다음 달 소수 의견이 개진된다면 그다음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매수 타깃은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2.88% 오른 6만 700원에 장을 마치며 17거래일 만에 ‘6만 전자’를 회복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러브콜’의 배경이다. 골드만삭스는 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시장 기대치 대비 악화한 실적은 메모리 둔화에 기인하고 메모리 수익성은 금융위기 이후 저점에 근접했다”며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견된 부진으로 향후 수요 회복과 함께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삼성전자의 실적 하향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강도 높은 공급 조절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반등은 더 가파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중국발 리오프닝 기대감, 반도체 세액공제 정책, 금융지주 배당정책에 더해 지난해 한국 증시 상승률이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인 점도 호재”라며 “외국인의 순매수가 낙폭 과대주 및 리오프닝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