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S23의 판매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S21 출시 당시 가격을 내린 후 S22에서 동결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인플레이션·공급난에 모바일AP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며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달러를 등에 업은 경쟁사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에게는 환율조차 악재다. 업계는 3년만의 갤럭시S 가격 상승을 기정사실화하며 가격 인상폭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시리즈 출고가를 전작보다 10% 가량 인상할 전망이다. 갤럭시S22는 기본형이 99만9900원, S22+가 119만9900원, S22 울트라가 145만2000원이었다. 업계는 갤럭시S23이 기본형 기준 120만 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 전문 외신 샘모바일은 루머임을 전제로 갤럭시S23 기본형이 119만9000원, 갤럭시S23+가 139만7000원, 갤럭시S23 울트라는 159만9400원이 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폰 자체의 가격 인상 압박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가격 인상설의 주 근거는 부품 가격 상승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모바일AP와 카메라 모듈 가격이 각각 지난해보다 약 80%, 10%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두뇌’와 ‘눈’이 비싸진 만큼 완성품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갤럭시S23에 쓰일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가 전량 TSMC 생산이라는 점도 원가 상승 요인이다. 갤럭시S22에 적용된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만들었다. 또 전체 물량 25%가량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제작한 엑시노스2200이 쓰였다. 갤럭시S23에는 스냅드래곤 비중이 더욱 높아진 데다 제조까지 경쟁사가 맡아 가격 부담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갤럭시S 시리즈 가격이 최근 수년간 인하 또는 동결돼 왔던 점도 가격 인상설에 무게를 싣는다. 2020년 출시한 갤럭시S20은 기본형 기준 출고가 124만8500원이었지만 갤럭시S21과 갤럭시S22는 99만9900원이었다. 갤럭시S21과 갤럭시S22 출고가는 갤럭시10의 105만6000원 보다 저렴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부품 가격 인상 뿐 아니라 물류비용까지 늘었지만 3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은 셈”이라며 “현 상황에서 가격을 동결한다면 성능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갤럭시S21과 갤럭시S22 출시 당시 ‘원가 절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격을 내리는 대신 갤럭시S20에 탑재했던 12GB(기가바이트) D램을 8GB로 줄여 성능도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갤럭시S21 출시 당시 일각에서는 ‘다운그레이드’라는 비판도 일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아이폰과 성능 격차가 벌어진 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 보존을 위해서라도 성능 하락은 피해야 한다”며 “지난해 GOS(게임최적화서비스) 논란 등을 겪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성능에서 더 물러서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가격인상에 따른 수요 부진 가능성 또한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불경기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거셀 수 있다는 우려다. 애플이 아이폰14 달러 표시 가격을 동결한 점도 걸림돌이다. 북미 시장에서 갤럭시S23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 시장을 의식해 원화 가격대비 달러 가격을 적게 올린다면 내수차별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기본형 기준 120만 원 이상 고가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