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90) 시인이 신작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5년만에 복귀했다. 다만 성추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10일 출판계에 따르면 두 책을 출간한 실천문학사는 시집 ‘무의 노래’에 대해 “(올해) 등단 65주년을 맞아 시의 깊이는 더해지고 시의 감수성은 처음 그대로인 목소리로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속삭인다”고 소개했다. 추천사는 문학평론가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썼다.
대신 고은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시집 ‘초혼’과 ‘어느 날’이 나온 뒤로 5년”이라며 “거의 연중무휴로 시의 시간을 살았다”고 말했다.
또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는 캐나다 시인 라민 자한베글루와 고은이 나눈 대화를 엮은 것으로, 2020년 인도에서 출간한 원본을 번역 출간했다. 이 책에는 고은의 삶과 철학(사상과 지혜)와 시(대표작 118편 수록)의 정수가 하나로 용해돼 있다고 실천문학사는 소개했다. 실천문학사는 또 계간지 ‘실천문학’ 겨울호의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에도 고은 시인이 쓴 추모시를 실었다.
다만 고은 시인은 문단 복귀 행보에도 성추행 논란과 관련한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한때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로로도 꼽혔던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고은 시인은 2018년 영국 가디언을 통해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하며 “집필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후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