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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치' 권상우, 코미디로 꼭 맞는 옷을 입다

'스위치' 권상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스위치' 권상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 권상우가 영화 '스위치'로 꼭 맞는 옷을 입었다. 소소하지만 강한 애드리브, 아역 배우와 자연스러운 호흡, 애틋한 감동까지 캐릭터와 하나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은 가족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그는 여유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



'스위치'(감독 마대윤)는 캐스팅 0순위 천만 배우이자 자타 공인 스캔들 메이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던 톱스타 박강(권상우)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권상우가 연기한 박강은 한순간에 톱스타에서 재연배우로 인생이 바뀐 인물이다. 화려한 삶은 사라졌지만, 소소하고 따뜻한 가족이 생기면서 인생에 남다른 의미를 되새긴다.

'스위치'는 코미디와 가족에 대한 감동이 골고루 섞여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탐정' 시리즈, '히트맨' 등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권상우에게 특화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좋아하는 권상우는 이번에도 주저 없이 '스위치'를 선택했다.

"어떤 재밌는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저보다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떠오르면 주저하게 돼요. 그런데 '스위치'는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이야기 중에 정말 특별한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요. 몸이 바뀌는 내용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엔터 산업이 발달한 곳에서 매니저와 바뀐다는 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죠."

"코미디가 가장 힘든 연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영화의 계보를 보면 그 시대에 맞는 코믹 작품이 있잖아요. 그런 작품을 남기고 싶죠. 그래서 전 앞으로도 코미디 영화에 도전할 거예요. 제가 가진 무기 중 하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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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스위치'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의 묘미는 단연 애드리브다. 적재적소에 쓰인 애드리브는 작품을 매끄럽게 만들고, 관객들을 편안한 웃음의 세계로 초대한다. 권상우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애드리브를 만들어 갔다. 사우나신에서 계란을 던진 것, 왕 연기하다가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골프채를 꺼내라고 말하는 것,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혀를 내미는 게 애드리브였다고. 그는 마 감독이 허락을 많이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소라게 패러디는 대본에 있었어요.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을까?' 싶었죠. 저는 제 이야기니까 냉담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소라게에서 웃으시더라고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권상우가 아역 배우와 함께하는 장면은 자연스러웠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만큼, 아역 배우에게 어색함 없이 다가갔고, 이는 곧 이질감 없는 호흡으로 이어졌다. 권상우는 현장에서 아역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들이 연기를 참 잘해서 신기하더라고요. 놀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감정을 잘 잡았죠. '역시 스타 아역이구나' 싶었어요. 또 현장에는 즉흥성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준비한 것들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 볼까 고민했는데,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가능했습니다."





매니저 연기는 권상우에게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의상부터 편했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받았다. 또 매니저 역할이 특별했던 건, 지금 매니저에게 감사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충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느끼면서 많은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결혼하면서 매니저와 둘이 회사를 만들었어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그때는 나도 많이 혼냈는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친형보다 더 친한 가족이에요.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흘러도 동료로 동업자로 같이 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평생 친구예요."(웃음)

권상우는 극중 갑질하는 톱스타인 박강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연예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보고 들은 바 있는 그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박강은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적으로 재밌는 수준이라고. 그는 박강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오래 전을 떠올렸다.

"정말 어릴 때는 이 시스템을 잘 몰랐고, 현장에 가면 PD가 뭔지도 몰랐어요. 작품이 잘 되기 위해 열심히 연기했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철없이 굴었던 적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바뀐 건 결혼하면서부터죠. 마음이 편해지고 좀 더 성숙해졌거든요. 그전에는 인기가 많고, 영광을 누렸는데 하룻밤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현장이 소중하고, 끊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합니다."



결혼으로 삶의 2막을 연 권상우에게 가족은 곧 원동력이다.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게 바로 가족이다. 일하느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지만, 작품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 가족과 함께하는 게 그의 낙이다.

"결혼을 안 했으면 제가 이렇게까지 진취적이었을까 싶어요. 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게 현실에 가족이 있기 때문이에요. 빨리 끝내야 가족을 빨리 볼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지금 사춘기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죠. 그 고마움을 알기에 더 열심히 일하게 돼요."

권상우는 또 다른 원동력으로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열등감을 꼽았다. 솔직하게 자신의 열등감을 털어놓은 그는 "냉정하게 나에 대해 성찰하면 올해를 빛낸 배우는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젊을 때처럼 '범죄 도시'의 마동석이나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혹은 BTS가 아니"라며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내려놓고 열심히 하게 된다. 쓸데없는 허세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흙바닥에 뒹구는 것도 다 제가 해야 돼요. 그런 부분에서 직업적인 사명감은 있죠. 앞으로도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작품을 만나서 뒹굴고 싶어요. 일을 계속하면 열등감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습니다."(웃음)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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