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마지막 국왕인 콘스탄티노스 2세가 1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리스 공영방송사 ERT는 콘스탄티노스 2세 전 국왕이 82세를 일기로 아테네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앞서 그는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즉위한 콘스탄티노스 2세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채택하면서 왕실이 해체된 1973년까지 그리스의 마지막 국왕을 지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은 그리스 태생으로 콘스탄티노스 2세의 삼촌이고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그와 사촌 지간이다.
그는 1940년 아테네에서 왕세손으로 출생한 후 20세 때인 1960년 로마 올림픽 요트 종목(드래건 클래스)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4년 뒤 아버지인 파블로스 1세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올랐을 때 그는 이 같은 후광으로 인해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듬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중도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
중도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부 고위층과 쿠데타를 준비했지만 반대파의 또 다른 쿠데타로 군사독재 시대가 열렸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 로마로 망명했고 1974년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69.2%가 공화정을 지지해 군주 체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콘스탄티노스 2세는 이따금 그리스를 방문했지만 2010년이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리스가 공화국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스스로 그리스의 왕으로, 자녀들을 왕자와 공주로 칭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유족으로는 덴마크 왕실 출신인 아내 안나마리아 전 왕비와 자녀 5명, 손자 9명이 있다. 그의 아내 안나마리아는 현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의 막냇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