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3월까지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에 예산안을 정기국회 기간까지 훌쩍 넘겨 처리하며 자존심을 구긴 만큼 선거법 만큼은 법정시한(4월 10일)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때마침 선거법 개정 작업을 담당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부터 지난 총선 때부터 논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다양한 안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3월까지 선거법 개정 작업을 끝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장은 1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영정치, 팬덤정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나라와 국민이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아 현역 의원들이 엄청난 이득을 누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덕적 해이라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면서 “지킬 수 없는 일이라면 법으로 정하지 말아야 하고 법으로 정했으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한다. 정개특위가 복수의 개정안을 만들고 나면 국회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집중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개특위는 이날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다룬 선거법 개정안 13건을 상정, 논의했다.
여야는 이 자리에서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킨 준연동형 비례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정무적 판단 최소화를 위해 원내지도부가 아닌 정개특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개특위 소속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준연동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사실상 만장일치로 합의 본 셈”이라며 “현실 가능한 안 중심으로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앞으로 매주 회의를 열어 복수의 안을 유형별로 정리한 뒤 2월부터 본격적인 토론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선거제도가 의원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원만하게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인 의원들 사이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부터 비례대표를 늘려 의원 정수를 늘리는 안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야당 재선 의원은 “선거법 개정이 성공하려면 총선 직후 바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한편 선거제 개편 직후 곧바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다만 ‘내각제 개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4년 중임제로 하되 국무총리 임면권 등 국회에 좀 더 권한을 주고 국회 고유의 입법권·예산심의권·조약심의권 등을 실질화 하자는 주장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