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078930)에너지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5000억 원이 넘는 인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연일 조 단위 자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연초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에너지는 17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5600억 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대표 주관 업무를 맡았다.
12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3년물에 1조700억 원이 들어왔으며 500억 원 발행하는 5년물에는 4900억 원이 몰렸다. 'AA' 신용도를 눈여겨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공제회가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며 흥행을 이끌었으며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투자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도 3년물에 600억 원 어치를 주문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회사는 최대 25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회사의 금리) 대비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 3년물의 경우 민평금리 대비 51bp 낮은 4.229%, 5년물은 55bp 낮은 4.357% 안팎에서 발행될 전망이다.(증권신고서 기준)
같은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SK(034730)지오센트릭에도 1300억 원 모집에 7250억 원의 인수 주문이 몰렸다. 700억 원 모집한 2년물에 3950억 원이 들어왔으며 3년물(1000억 원)에는 5500억 원, 5년물(300억 원)에는 1750억 원이 각각 들어왔다. 신용등급이 'AA-'인 만큼 같은 AA등급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물건임에도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각각 42bp, 43bp, 56bp 낮은 △2년물 4.591% △3년물 4.677% △5년물 4.462%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재개된 회사채 시장은 연일 조 단위 자금이 쏟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분위기다. 지난 한 주 간 회사채 시장의 수요예측 규모는 9700억 원 수준이었는데 무려 12배가 넘는 11조8000억 원의 매수 자금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만 해도 대부분 발행 물량을 최소화하고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아 수요를 채우자는 분위기였다"며 "시장 예상보다 연초 채권 매수세가 강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178bp까지 치솟았던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 역시 12월 160bp선을 지나 11일 120bp선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 국채 대비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를 낮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따라 대흥행하면서 채권 자금 유입세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올 해 금리가 '상고하저'일 것이라는 전망도 기관들의 투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