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최종금리 3.5%냐 3.75%냐…힘 실리는 '1분기 금리정점론'

◆韓銀, 7연속 금리인상 단행

금통위원 6명 의견 절반씩 갈려

통방문서 '금리 인상' 문구도 삭제

李 "동결 해석은 곤란" 발언에도

1분기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1.1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01.13




기준금리를 14년 만에 3.50%로 올려놓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 두 진영으로 갈렸다. 당분간 금리를 더 올리지 말고 지켜보자는 의견과 다음 달까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대로라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역대 네 번째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어떤 선택을 하든 1분기 중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통위가 물가만 보는 시기가 지나고 성장 하방 위험이나 금융 안정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 만큼 지난해처럼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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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13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당분간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서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에 따르면 3.75% 의견을 낸 금통위원들도 2월 인상을 언급한 만큼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올해 1분기 중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이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매파적으로 발언했다. 이 총재는 ‘이번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때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에도 시장은 오히려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을 뿐 아니라 연내 금리 인하까지 가능하다고 반응했다. 금통위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3.340%까지 떨어지면서 기준금리 3.50%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 하락은) 인상 사이클 종료와 물가 하락 가능성에 금리 하락에 대한 베팅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금리 동결 해석을 경계한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나 환율 안정 등을 위한 것일 뿐 실제로는 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해석의 가장 큰 근거는 눈에 띄게 바뀐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이다. 금통위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라는 문구를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로 바꿨다. 또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가 아닌 ‘추가 인상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금리를 더 올리기보다는 중립금리보다 높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의미로 보인다. 주상영·신성환 등 두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물가 전망치는 3.6%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1.7%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한 점도 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된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6.2% 하락하면서 2015년 1월(-7.5%)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수입물가가 빠르게 떨어지는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일 때보다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있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가 남은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금리 격차보다 국내 요인을 우선하겠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 총재는 “금리 격차가 굉장히 커질 때 생길 금융 안정에 대한 걱정도 고려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과도하게 벌어지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으니까 좀 유의해야 한다는 정도”라며 “75bp(1bp=0.01%포인트)면 안 되고, 150bp면 아주 위험하고, 그런 이론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도 잘라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갈수록 벌어지는데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로 안정되자 미국 금리를 무리해서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날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한은의 매파적 기조 유지 노력에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며 “물가 안정 기대 속 성장 약화 전망을 보면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종료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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