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특별한 형제" 무함마드 "韓은 마음의 고향" 원전 넘어 방산·수소·미래산업 협력

尹, 국빈 순방 첫 일정 UAE 현충원 참배

두 정상 국제 사회서 양국 공동이익 확인

韓 원전·방산 기술 전수, UAE 원유 공급

수소·바이오·우주 등 첨단산업까지 확장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하며 최우방 수준의 양국 간의 관계를 재확인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며 직접 투자의 배경을 밝혔다. 중동 국가 가운데 최초로 우리 원전인 2009년 바라카 원전 4기를 UAE는 2018년 외교상 최고 수준인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날 투자로 양국의 신뢰 관계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화했다. 300억 달러의 투자는 UAE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이날 순방 일정을 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UAE 중심국인 아부다비에 있는 현충원 ‘와하트 알 카라마’는 아랍어로 존엄의 오아시스(Oasis of Dignity)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가를 위해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해 UAE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고(故) 자이드 초대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했다. 윤 대통령이 현충원과 그랜드모스크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한 배경에는 동맹 수준의 중동 최우방국인 UAE에 대한 예우가 담겨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UAE에 “특별한 형제 국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은 추모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어 환대했다. UAE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은 2018년 양국의 관계를 중동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특별전략적동반자’로 격상한 뒤 5년 만이다. 2019년 왕세제 신분으로 한국을 답방한 무함마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로는 4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가진 정상회담에서 공식 환영식과 확대 회담, 단독 회담, 국빈 오찬을 포함해 2시간 넘게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어 두 정상의 입회하에 이날 양국은 13건의 MOU를 포함해 정부 부처, 민간 기관 등 30여 건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확인하고 원전과 방산·에너지·투자 등 4대 분야에 대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주목할 부분은 두 정상이 이날 특히 전략적 밀월을 강화하기로 한 원전과 방산·에너지 분야 사업이다. 한국과 UAE는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제안보 이익을 함께하기로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두 정상이 이날 밝힌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CSEP)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 원전·방산과 에너지 분야의 빅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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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탈탄소 전략인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MOU’를 통해 원전 동맹을 UAE에서 글로벌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양국은 원전의 핵심인 핵연료 부분부터 밀접한 협력에 나선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2009년 최초로 수출한 바라카 원전에 들어가는 핵연료 농축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도 공동 개발한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제3국 원전 사업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방산 기술 역시 UAE와의 협력에 나선다. UAE는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와 이란의 팽창에 맞서기 위해 방산 수요를 늘리고 있다. 특별전략적동반자인 한국과 UAE는 단순한 방산 무역을 넘어 공동 개발까지 진행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다목적 수송기 국제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2017년 체결된 한·UAE ‘우주협력 MOU’도 개정하기로 했다. 양국은 장거리 추진 능력이 핵심인 우주 탐사 분야에 이어 위성항법 분야 등에서 새로운 협력을 할 계획이다. 또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 MOU를 통해 양국은 기술정보 교환과 기술이전을 위한 협의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미래 에너지와 첨단 기술에 대한 협력과 공동 투자도 진행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산업은행과 자산이 2430억 달러(301조 원)에 달하는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맺었다. 산은과 무바달라는 양국 유망 기업에 대한 공동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과 혁신 분야 MOU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와 UAE 경제부 간의 협력도 이뤄진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과 UAE는 디지털 전환과 모빌리티, 항공우주, 부품·소재, 제약과 의료 기기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공급망인 ‘첨단제조 이니셔티브’ 추진에도 합의했다. 양국은 ‘도시 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분야 MOU’도 체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 한국과 UAE가 수소 동맹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산유국인 UAE도 한국에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여수 석유비축기지에 저장될 이 원유는 글로벌 수급이 어려울 때 한국이 우선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다. 사실상 UAE가 한국에 원유 긴급 지원을 하는 형태로 경제안보상 이익을 보장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UAE와 혁신적 아이디어 및 기술력 가진 한국은 최상의 협력 파트너"라며 “이번 회담이 두 나라의 획기적인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올해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에 위치한 셰이크 그랜드 자히드 모스크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에 위치한 셰이크 그랜드 자히드 모스크를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부다비=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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