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한은 통화정책으로 본 투자전략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지난해 11월 이후 채권시장은 확연히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을 주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축소했고 2월에도 추가적인 축소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향후 둔화 속도와 레벨이 관건이겠으나 각종 인플레이션 지표들도 지난해 3분기가 정점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패닉 수준까지 악화됐던 단기금융 및 크레딧 시장이 정책 대응과 기관투자가의 수요 회복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됐다. 연초에는 전방위적인 회복세까지 감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2명의 비둘기파 위원은 과잉 긴축의 위험을 경계하며 긴축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1명의 위원은 중립 의견을 냈으며 매파적 의견을 제시한 3명의 위원 중 강경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은 이번 회의에서 총재가 당분간 3.50%에서 지켜보자는 의견 3명, 3.75%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3명 있었다고 언급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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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성장 전망의 하향이 예고된 가운데 물가 전망도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대 중반으로 추가적인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적인 흐름과 원·달러 환율의 큰 폭 하락을 감안하면 수입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수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향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도시가스 및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부담이 상존하고 있지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2분기 중 유의미하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정부 정책의 중심이 외환시장 안정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주요 논거는 외환시장 안정의 필요성이었다. 이는 국가 차원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공조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화지수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다시 위안화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레벨을 크게 낮췄다. 한편 같은 시점에서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크레딧물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면서 관련된 리스크를 통제해야 할 중요성이 높아졌다. 한은 총재는 금리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은 당국의 중요한 정책적 목표다.

종합적으로 통화정책의 운용 측면에서 지난해와 달리 국내 상황을 우선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종반부의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국내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월 금통위 통방 문구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한은 총재는 단시일 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장단기 금리 차 역전에 대한 용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큰 충격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으며 시장금리의 안정적인 흐름과 함께 투자자산으로서 안전 자산의 역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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