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후 채권시장은 확연히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을 주도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축소했고 2월에도 추가적인 축소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향후 둔화 속도와 레벨이 관건이겠으나 각종 인플레이션 지표들도 지난해 3분기가 정점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패닉 수준까지 악화됐던 단기금융 및 크레딧 시장이 정책 대응과 기관투자가의 수요 회복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됐다. 연초에는 전방위적인 회복세까지 감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2명의 비둘기파 위원은 과잉 긴축의 위험을 경계하며 긴축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1명의 위원은 중립 의견을 냈으며 매파적 의견을 제시한 3명의 위원 중 강경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은 이번 회의에서 총재가 당분간 3.50%에서 지켜보자는 의견 3명, 3.75%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3명 있었다고 언급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둘째, 성장 전망의 하향이 예고된 가운데 물가 전망도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대 중반으로 추가적인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적인 흐름과 원·달러 환율의 큰 폭 하락을 감안하면 수입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수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향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도시가스 및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부담이 상존하고 있지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2분기 중 유의미하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정부 정책의 중심이 외환시장 안정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주요 논거는 외환시장 안정의 필요성이었다. 이는 국가 차원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공조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화지수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다시 위안화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레벨을 크게 낮췄다. 한편 같은 시점에서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크레딧물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면서 관련된 리스크를 통제해야 할 중요성이 높아졌다. 한은 총재는 금리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은 당국의 중요한 정책적 목표다.
종합적으로 통화정책의 운용 측면에서 지난해와 달리 국내 상황을 우선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종반부의 불확실성과 무관하게 국내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월 금통위 통방 문구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한은 총재는 단시일 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장단기 금리 차 역전에 대한 용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큰 충격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으며 시장금리의 안정적인 흐름과 함께 투자자산으로서 안전 자산의 역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