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갓겜 신작' 없고 '현질 강제'도…모바일게임 첫 역성장

[모바일게임 사상 첫 역성장]

팬데믹에 게이머 확 늘었지만

공연 등 시작되자 이용자 떠나

ATT정책에 맞춤 광고 집행도↓

게임 장르도 'MMORPG' 일색

넥슨 등 충성도 높은 콘솔 집중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이 주춤대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분야의 강국으로 매년 고성장을 거듭하던 K모바일게임이 엔데믹 시대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스포츠·공연 등 각종 대면 활동이 막히자 사람들은 대안으로 게임을 택하며 이 기간 게임 매출도 덩달아 급증했다. “게임 중독은 질병”이라던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게임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각국이 엔데믹 전환을 선언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모바일 디바이스가 매개하던 각종 사회 활동들이 다시 대면 활동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고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게임사들은 이제 다시 게임 수요를 늘리고 사업 재편을 통한 재도약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1년 새 6억 달러가량 감소하면서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체 게임 시장(2197억 달러) 가운데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엔데믹 후폭풍과 함께 애플리케이션 마켓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정책을 강화한 것이 모바일게임사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애플이 앱 개발사들이 개인정보를 추적·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용자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한 후 iOS 게임의 전체 인앱 구매 수익은 35% 감소했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이용자가 전체의 30% 수준에 그친 탓에 게임사들이 정밀한 맞춤형 광고를 집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구글 또한 2024년까지 비슷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모바일게임 산업에는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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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외에 매출을 끌어올린 만한 신작이 부재했던 것도 매출 하락의 한 이유다. 지난해에도 매출 상위 5개는 리니지 시리즈(M·2M·W), 히트2, 오딘 등 비슷한 MMORPG가 석권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MMORPG 게임 매출은 압도적이지만 이용자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외연을 확장하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현해야 전체 매출도 증가한다”며 “우마무스메 등 일부 게임이 선전하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해도 MMORPG 천하였다”고 진단했다.

2021년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 사태’ 이후 대형 게임들이 과금을 할수록 유리해지는 일명 ‘P2W(Pay to Win)’ 사업 모델을 개편해 온 것도 매출 구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가장 큰 논란에 휩싸였던 넥슨은 이용자들의 반응을 의식해 최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한으로 도입하거나 아예 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약화하면 게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결정이 될 수 있지만 당장 단기적인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외에도 PC·콘솔 등 타 플랫폼으로 결제가 분산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PC에서 자체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측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매출 30%가량이 PC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사진제공=엔씨소프트


엔데믹 위기에 맞닥뜨린 게임사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사업 조직 재편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NC)는 최근 자사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을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양도했다. 팬데믹 시기에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해 진출한 비게임 사업이지만 호황기가 꺾이자 2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한 팬 플랫폼 서비스 ‘페이지’도 종료하고 인력과 리소스를 핵심 사업에 집중시켰다.

이외에도 다수 게임사들이 모바일보다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 엔데믹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콘솔게임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퍼스트 디센던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 다수의 콘솔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며 네오위즈 ‘P의 거짓’,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등도 올해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산업의 확장 속에 성장한 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사업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에 지난해보다 더한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진 기자·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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