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우리 경제인들을 만나 영업 사원을 자처하며 “모든 외교의 초점을 경제에 두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첫 순방국이자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빈 방문한 UAE에서 얻은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 약속 성과를 모두 경제인들의 공으로 돌렸다. 정부는 앞으로도 이처럼 민관이 하나된 ‘세일즈 외교’를 통해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우리 경제인들과의 만찬 간담회를 열고 “여러분의 성과는 새로운 중동 붐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방문 성과를 평가했다. 그는 격려사에서 “2박 3일간의 아부다비 일정 동안 여러분이 땀과 열정으로 이뤄낸 성과들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은 15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할 때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재언급하며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고 원팀이다. 대한민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역량을 펼치고 뛸 수 있도록 (기업인들을) 업고 다니겠다”고 말하자 장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약 20분 전부터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찬장 입구에서 경제인들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경제인 약 130명과 일일이 악수했다. 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단체장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어렵거나 불합리한 일이 있다면 기탄 없이 말씀해달라. 여러분의 성공이 곧 우리나라의 성공이고, 국민 모두가 잘사는 길”이라고 격려사를 마치며 허리를 굽혀 경제인들에게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과 경제인들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가 나서서 기업 혼자 뚫기 어려운 시장을 같이 뚫어내는 것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고 정부가 해야 될 일”이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민간·기업 중심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경제인들을 향해 “여러분들도 공무원들을 상대할 때 ‘야, 이건 좀 갑질이다’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고 농담을 던지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 “저한테 직접 전화 주셔도 좋고, 우리 용산에 알려주시면 저희가 즉각 조치하겠다”며 “늘 도전과 투지로 기업을 키워온 여러분들께서 공무원들 좀 많이 가르쳐달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경제인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약속한 금액이 정상 간 공동성명에 적시되면서 실제 투자 이행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UAE 정부는 한국 경제의 견고함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한국의 전략적 분야에 대한 UAE 국부펀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공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UAE의 국가 간 투자에서 영국(100억 파운드·약 15조 원), 중국(50억 달러·약 6조 2000억 원), 프랑스(15억 유로·약 2조 원) 등을 넘어서는 최대 규모다.
공동성명은 “양 정상은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전통적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경제와 투자 △국방, 국방 기술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00억 달러 투자를 구체화하기 위해 양국 기업, 기관, 정부 부처 간에는 48건에 달하는 양해각서(MOU)·계약이 체결됐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임석한 자리에서 체결된 MOU가 13건, 개별적으로 체결된 MOU가 11건, 한·UAE 비즈니스포럼을 통해 체결된 MOU와 계약이 각각 23건, 1건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 성과를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UAE와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규모와 성과 면에서 역대 UAE 순방 중 최대 성과를 창출했다. 신(新)중동 붐 원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뎌 수출과 해외 시장 진출로 복합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