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염색·새치커버 샴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머리를 감기만 해도 새치가 가려진다"는 입소문을 타고 5060은 물론 2030세대까지 구매에 뛰어든 효과로 풀이된다. 다만 위해성 논란이 변수다. 정부가 염모제 성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나서자 국내보다 기준이 덜 깐깐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17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샴푸 매출에서 염색·새치커버 기능성을 갖춘 제품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모다모다에 이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각각 '려 블랙샴푸'와 '리엔 물들임' 등을 출시하며 지난해 4월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5년에는 염색·새치커버 샴푸 판매 비중이 현재 일본 시장과 비슷한 20%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염색·새치커버 샴푸는 탈모 샴푸와 함께 정체된 국내 헤어케어 시장 돌파구로 꼽힌다. 특히 이른 탈모와 새치로 어려움을 겪는 20~30대들이 '큰 손'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 젊은층이 주 고객층인 올리브영에 따르면 2021년 새치 커버 기능을 갖춘 헤어케어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증가했다.
뷰티 업체들도 기능성 샴푸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새치커버 효과를 기존 대비 3배 높인 려 블랙샴푸 2세대를 출시했다. 올해는 새치커버 효과를 더하기 위해 샴푸 전 도포하는 크림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리엔에 이어 닥터그루트 브랜드에서도 염색·새치커버 기능성 라인을 내놨다.
관련 시장이 커지자 정부도 안전성 평가에 돌입했다. 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하고 있는 '염모제 성분에 대한 정기위해평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약처는 먼저 중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오는 3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고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9월부터 토니모리가 출시한 염색샴푸 '튠나인'의 제조가 중단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 려 블랙샴푸에 들어있는 '2-아미노-6-클로로-4-니트로페놀' 성분도 평가 대상이다. 최종 결과는 연말께 발표된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해당 염모 성분은 '미국 화장품성분검토위원회(CIR)' 및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에서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국내 규제가 깐깐해지자 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진 토니모리는 현재 홍콩과 중국, 미국 등으로 염색샴푸의 해외 수출을 타진 중이다. 위해성 평가가 진행 중인 모다모다도 지난해 9월 미국 에 이어 중국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