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인 14일 지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해소 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먹거리 천국’ 광장시장을 한 바퀴 돈 후에 커피를 마시려고 큰길가 카페에 앉았다. 2층으로 올라간 지인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가 바로 안쪽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가. 창문 밖 풍경이 아주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저분한 주차에, 인도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말 저녁이라서 거리 청소가 안 된 듯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외국인에게 괜히 미안스러웠다.
관광지 청소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과거 출장 갔던 스위스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 한국인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다. 현지에 살고 있던 그 가이드가 자신의 집 창문이 망가져 수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주민센터에서 날아온 통지문에 깜짝 놀랐단다. “당신 집 창문이 규정보다 2㎝가량 튀어나와 있으니 다시 고쳐라”고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반 건물의 세세한 상태까지 감시, 규제하는 셈이다. 거꾸로 이런 까다로움 덕분에 우리가 아는 관광지 스위스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스위스는 알프스산에 자리 잡은 나라다. 다만 이들은 주로 알프스의 북쪽 기슭에 있다. 남쪽 기슭은 이탈리아 영토다. 일반적으로 산은 볕이 잘드는 남쪽 부분이 더 아름답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알프스 홍보에 덜 적극적인 것은 이 나라에는 로마나 베네치아 등 절경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알프스뿐이다. 영토도 좁고 지하자원도 부족한 스위스에 알프스 관광을 통한 수입은 절실함이다. 스위스는 오히려 그늘져 불리한 북쪽 사면을 철저히 관리하고 가꿔 오늘날 ‘스위스 알프스’를 고유명사로 만들어냈다. 스위스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관광지를 깨끗이 꾸밀 절실함은 한국에도 필요하다. 지난해 1~11월 기준 해외 관광을 나간 우리 국민은 51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급증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266만 명으로 203%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여행 수지 적자는 무려 70억 8000만 달러(약 8조 8000억 원)나 됐다. 자동차·반도체 수출로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를 스위스 체어마트에서 마터호른에 감탄하며 쓴 셈이다.
결국은 한국 관광지의 경쟁력을 높여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우리 국민들이 ‘내수’를 소비하게 해야 한다. 스위스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못할 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