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2019년 10월 베트남 진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말께 법인을 사무소 형태로 축소하고 사실상 철수했다. 베트남 내 디지털금융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실제 사업 성과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베트남 법인의 총포괄 손실은 약 127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120% 넘게 증가했다.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이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사들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부족한 인프라에 예상치 못한 규제로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시장은 포화 상태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성공한 기술이라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규제에 가로막히거나 시장 형태가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어느 시장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무 관리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는 말레이시아 진출을 포기하고 영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세금 환급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데다 현금 위주 거래가 많아 ‘택스테크(tax-tech)’ 시장이 발달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규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A 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행원 수를 극히 제한하고 전문성 여부에 대한 금융감독청(OJK)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파견 인력에 대한 현지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공산국가인 만큼 기술력이 있다 해도 감독 당국인 베트남중앙은행(SBV)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 인구 비중이 높고 인구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데다 은행 계좌 보유율은 낮아 디지털금융이 발달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하지만 베트남은 이미 40여 개, 인도네시아에는 100여 개의 은행이 영업 중이다. 인도네시아에 자리 잡은 C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에 익숙한 사회가 맞기는 하지만 데이터 통신망이나 신용 평가 시스템은 아직 부족해 국내 모델을 가져오기가 힘들다 보니 현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