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대출시 담보로 잡히는 주택의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국토교통부와 우리은행, 한국부동산원은 확정일자 정보 연계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서면으로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이달 30일부터 전국 우리은행 710여개 지점은 주택담보대출 신청인(임대인)의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 대출 심사 과정에서 확정일자 정보를 확인한다. 또한 이 과정에 앞서서 우리은행은 국토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과 은행의 전용망을 연계해 확정일자 정보 확인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저당권 설정 등기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세입자는 확정일자를 받아도 법적 효력이 익일 0시부터 발생한다. 일부 임대인들은 이 같은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해 전세계약을 맺은 직후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럴 경우 은행 대출이 임차인보다 앞선 선순위채권이 되기에 임차인의 재산인 전세보증금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대상 주택에 부여된 확정일자가 있는지 여부와 보증금 규모를 확인하고 대출이 실행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매매가 6억원인 집을 보증금 4억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은 은행이 대출 심사 때 집주인의 전세계약 내용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세입자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 집주인이 담보대출 3억원을 신청한다면, 3억원을 전부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 임대차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대출한도를 2억원(주택 시세 6억원-보증금 4억원)으로 감액할 수 있게 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그간 대항력 익일발생에 따른 문제 해소를 위해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임차인의 보증금 피해가 근절되고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도가 조속히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