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며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마련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노동 개혁 의지를 직접 설명하며 기업들이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사슬에서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CEO와 간담회를 가졌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 CEO에게 직접 한국의 경쟁력과 투자 환경을 설명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행사다. “모든 일정의 초점을 경제에 맞추겠다”는 윤 대통령의 순방 철학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로벌 CEO와 함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제 외교를 앞세운 윤 대통령이 개최한 이번 행사 규모도 역대급으로 확대됐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민간이 ‘팀 코리아’로 해외 투자와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도 동행했다.
간담회에는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퀄컴과 인텔을 이끄는 크리스티아누 아몽, 패트릭 갤싱어도 각각 참석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15명이 윤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했다. 2014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투자를 요청했다. 반면 이번에는 글로벌 CEO들이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에 모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행사에 대해 “참석하고자 하는 기업과 또 대한민국을 소개하고자 하는 우리 측의 입장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공식적인 형태의 모두발언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CEO들에게 다보스포럼의 주제인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위기,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고령화로 높은 부채에 시달리는 세계 각국들, 코로나19 이후 탄력이 떨어진 세계 산업 등에 대한 의견 등이 골자다. 또 복합 위기 와중에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의 국가들이 분열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 역시 직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의 복합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창의와 혁신, 도전 정신에 기반해 지속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또한 민간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와 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팽창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맞서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재편되는 공급망의 핵심 국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라고 강조하며 세일즈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경제정책 방향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첨단산업 경쟁력,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통해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 또한 드러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글로벌 CEO들이 한국 시장의 경직된 노동 규제, 강성 노조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노동 개혁 같은 규제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편 17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동포 간담회를 열고 “과학기술 경쟁 시대를 맞이해 스위스와 같이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기술 선도국들과의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강력히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