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호조에도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24%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56%, 1.81% 떨어졌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3.37% 수준까지 급락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락 △경기둔화 △일본은행(BOJ)의 미조치 등이 3가지 이유인데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1.5 선까지 밀렸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인데요.
이날도 시장은 변동성이 컸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전8시30분 주요 지표가 나온 뒤 개장 후에도 한동안 플러스를 기록하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는데요. 지역 연방준비은행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있었죠.
종목별로는 대규모 감원 소식이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각각 1.89, 0.61% 내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채용을 동결했는데요. 제롬 파월(69)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경미한 증세에 자택격리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죠. 암호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가 이르면 이번 주 파산보호신청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PPI와 소매판매, 금리 및 증시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12월 PPI 전월 대비 -0.5% 시장 전망 -0.1% 훌쩍”…“대목 크리스마스 연휴시즌 소비 안 좋았다”
우선 인플레이션 지표부터 보죠. 이날 나온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를 기록, 블룸버그통신 예상 집계치 -0.1%보다 훨씬 더 하락했는데요. 지난해 7월(-0.4%)과 8월(-0.1%) 이후 증가세를 보였던 전월비 수치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겁니다. 월별 기준으로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인데요.
1년 전과 비교하면 6.2%를 보여 예상치(6.8%)를 밑돌았습니다. 전년비 숫자는 지난해 3월 11.7%를 기록한 뒤 떨어져 이번에 6%대로 내려왔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로 예측치와 같았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지만 완화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는데요.
PPI 하락은 에너지 덕이 큽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때와 같은데요. 전월 대비 7.9%나 빠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상품은 -1.6%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보였고 서비스는 아직 물가압력이 있으나 0.1%로 둔화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확실히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빨리 하락하는 그림이죠. 의미가 있는데요.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함께 나온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나빴습니다.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1% 쪼그라든 6771억 달러에 그쳤는데요.
11월 수치도 당초 -0.6%에서 -1.0%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월가의 12월 예상치(블룸버그 중앙값)가 -0.9%였으니 생각보다 안 좋았던 건데요. 자동차를 뺀 수치도 -1.1%로 시장 전망치 -0.5%를 두 배 이상 웃돌았습니다. 수요 감소에 업체들의 할인 판매가 더해진 결과로 보이는데요.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에 소비증가율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항목별로 보면 전체 13개 가운데 10개가 마이너스였죠. 의류(-0.9%)를 비롯해 온라인 판매(-1.1%), 자동차 및 부품(-1.2%), 가구(-2.5%), 주유소(-4.6%) 등이었는데요.
물론 소매판매는 상품 위주로 돼 있으며 서비스를 포함한 완전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는 27일에 나올 개인소비지출(PCE)에서 알 수 있죠.
하지만 12월은 크리스마스가 낀 최대 쇼핑 대목 중의 하나입니다. 10월은 조기 수요에 괜찮았지만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가 낀 11월이 당초 추정보다 더 나빠졌고 12월도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은 소비 우려를 낳을 수 있는데요. 파티시티가 이날 파산보호신청을 했습니다. 할로윈 매출이 부진했고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에 타격을 받았다는데요.
소매판매에서 유일한 서비스로 분류되는 식음료 서비스도 12월에는 -0.9%를 기록했습니다. 11월만 해도 +0.9%였죠. 한동안 상품 수요가 서비스로 넘어가 서비스가 강한 게 걱정이었는데요. 아직 상황을 더 봐야 하지만 생각보다 더 둔화하는 소비는 경기침체 우려를 키웁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요. 연준이 서비스를 포함해 수요를 딱 적정하게 줄여주면 좋은데 통화정책(금리인상)이라는 게 도구가 크고 둔탁하다보니 바로 침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노동이 아직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 둔화조짐과 저축감소, 신용카드 사용 증가는 노동 이전에 소비에 대한 걱정을 키우죠.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37% 수준까지 내려간 것도 침체 가능성이 일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엘리자 윙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지출 감소는 상품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과 대출비용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연말 음식 서비스가 감소하는 것은 하방리스크가 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날 나온 12월 산업생산 역시 전월보다 0.7% 줄면서 시장 예상치 -0.1%보다 부진했습니다. 2개월 연속 감소세인데요. 설비가동률도 78.8%로 전망치 79.6%를 밑돌았습니다. 11월 수치도 79.7%에서 79.4%로 낮아졌는데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자료에 침체 우려가 확 커졌죠. 인스피어X의 선임 트레이더 데이비드 페트로 실레니는 “소매판매 감소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몇 달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산하는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기에 1월 소매판매 데이터가 중요하다”면서도 “올해 핵심문제는 개인소비가 뒤집어지느냐”라고 짚었습니다.
불러드 “올해 타이트한 쪽에 머물러 있어야”…메스터 “기준금리 5.00~5.25% 약간 웃돌 필요”…하커 “2월 0.25%p 적절 침체 안 빠질 것”
중요한 건 사실 인플레 문제만 해도 다 해결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상보다 좋은 PPI에도 에너지 부문은 다음 달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데요. CPI와 비슷합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 값이 갤런당 3.359달러인데 한 달 전 가격(3.149달러)보다 6.6% 높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35% 높은데요. 블룸버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중국의 코로나19 재개방과 최근 달러화 약세, 타이트한 노동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타깃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준금리 측면에서 보면 12월 PPI와 소매판매는 어쨌든 2월 금리인상폭을 0.25%포인트(p)로 낮추는 것을 지지해줍니다. 그레그 바숙 ASX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12월 PPI는 연준이 매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완화할 좋은 신호”라며 “2월에 인상폭을 완화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데이터”라고 봤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0.25%p 금리인상 확률이 95.3%죠.
하지만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와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다른 얘기입니다.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한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에 거의 다 왔지만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라며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가는 길에 있음을 확실히 보기 원한다. 가능한 한 빨리 5%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0.25%p씩 하더라도 계속 금리는 상승하는 거죠.
그는 자신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종금리로 5.25~5.50%를 적어냈다고도 했습니다. 12월 FOMC 점도표상의 중앙값은 5.1%로 5.00~5.25%를 의미하는데요. 흥미로운 건 그가 속한 5.25~5.50%를 써낸 사람은 5명으로 이보다 높은 5.50~5.75%가 두 명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강성 불러드보다 더 강한 이들이 두 명 더 있다는 뜻이죠. 불러드 총재는 “통화정책은 2023년 내내 타이트한 쪽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자비에르 코로미나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디렉터는 “올해 연준의 피벗(Pivot·금리인하)은 없을 것이며 침체가 오더라도 이것이 피벗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것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나의 경제 전망을 고려할 때 우리는 아직 기준금리가 5%에 이르지 못했고 5%를 넘지도 않았다”며 “나는 우리가 계속 갈 필요가 있으며 얼마나 해야 할지를 회의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이를 두고 AP는 메스터가 12월 FOMC 전망치인 5.00~5.25%를 약간 웃돌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좀더 낙관적인데요. 그는 “앞으로는 0.25%p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 경제가 1% 성장할 것이며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3.5%인 실업률이 올해 4.5%로 오른 뒤 내년에는 다시 4%로 떨어질 것”이며 “근원 인플레이션도 올해 3.5%로 하락한 뒤 내년에는 2.5%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얘기들은 조금 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분기 감원 대상 1만 명(전체 직원 대비 5%)에게 통보작업을 시작했고 아마존은 1만8000명의 직원들에게 해고를 알리는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세계의 일부 지역은 경기침체에 빠져 있고 다른 부분은 침체가 예상돼 경영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퇴직금 등으로 약 12억 달러의 손상차손이 예상된다”고 했는데요. CNBC는 주요 IT기업들이 지난해에만 6만 명을 내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불안해하거나 불확실할 때가 투자 적기 vs 연초 랠리 가짜였을 수 있어”…서머스 “3개월 전보다는 긍정적 때로는 희망이 과거 경험·전망 이길 수도”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죠.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은 CNBC에 “연준이 2월에 0.25%p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3월에 0.25%p를 한 번 더 하고 중단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며 “시장이 불안해(nervous)할 때가 투자하기가 가장 좋은 때다.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또 “내 생각에 지금 시장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갭(격차)이 크다”며 “나는 시장이 추가로 20% 더 하락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좋다”고 덧붙였는데요. 투자자는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혼란스러운 것만큼은 사실인데요.
10여 년 만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이날 “미국과 유럽에서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 유럽은 겨울을 지나면서 침체를 겪지는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지났다는 확실한 사인이 있는데 최근 데이터 흐름이 이어진다면 상반기가 지난 후 연준에서 다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지난 금요일(13일) ‘가짜 새벽(fake dawn)’을 경계했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3개월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 나오는 수치가 더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하는 것을 봤지만 계속해서 수준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직 연준에는 너무너무 어렵지만(very very difficult) 상황이 약간 더 나아 보인다”며 “연착륙은 희망(hope)이 경험(experience)을 이기는 것인데 때때로 희망이 전망(expectation)을 이기기도 한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조금 더 희망이 있다면 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빠른 하락에도 3~4%에서 더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점, 노동은 아직 강하나 소비가 약해질 기미가 보인다는 점, 연준은 5% 이상의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 등을 꼭 함께 봐야 하는데요. 여기에는 침체 우려도 같이 끼어있죠. 아직은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합니다. 서머스도 희망이 더 필요하다고 했구요.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연초 랠리는 가짜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의 최고 시장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도 시장이 연준의 연착륙에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중국의 코로나19 규제완화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는 어제 “경기침체와 과도한 긴축 위험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신중하며 지난 몇 주 동안의 랠리를 쫓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완화 또는 연착륙 가능성 측면에서 많은 좋은 소식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했는데요.
노동 요인도 그렇습니다. 라즈 체티 하버드대 교수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노동공급이 260만 명가량 적은데 상당 수 저소득 노동자들이 코로나19 때 대도시 부유한 지역인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나 보스턴의 백 베이, 로스앤젤레스의 브렌트우드 같은 데서 생활비가 더 적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데요. 지역별 노동부족이 심각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제 전망이 어지러운데요. 인플레이션과 노동, 소비 지표가 엇갈리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글로벌 경제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전문가마다 판단이 다릅니다. 아민 나쎄르 아람코 CEO는 “중국 수요 급증에 공급을 걱정한다”고 하는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첫 3개월 동안 세계공급 초과분이 하루 약 100만 배럴”이라며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도 수요가 제한적이라고 봤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연준과 시장의 정책금리 차이에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말을 계속 무시하는 게 다는 아니”라며 “성장 전망을 더 걱정하는 사람들과 더 질서 있는 물가하락을 낙관하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정반대의 생각이 공존하면서 어지러운 게 지금의 현실인데요. 이런 식으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작은 지표나 기사라도 주의깊게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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