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대통령은 ‘UAE의 적(敵)은 이란’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강국 전 中 시안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이강국 전 中 시안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이강국 전 中 시안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




새해가 밝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외교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14~17일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300억 달러(약 37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한-UAE 정상 공동성명’에 UAE 대통령이 투자금액으로 약속한 300억 달러의 수치가 명기되었는데, 세계 외교사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 11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시에 300억 달러 계약이 체결된 데 이어 UAE로부터 300억 달러 투자유치라는 개가를 올리면서 ‘제2의 중동붐’이 기대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아크부대 방문시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왜곡 보도하고 야당은 '외교참사'라고 공격하면서 방문 성과가 퇴색되고 한-이란 외교관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윤 대통령이 이국만리 해외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연설할 때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입니다”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UAE의 적은’이라고 시작했으나 곧바로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말했다. 원고없이 연설을 할 때 단어를 잘 못 쓰는 경우는 왕왕 있다. 그것을 알아챘을 때 정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정할 때는 “앞에 한 말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적합한 단어를 선택하여 말하면서 연설을 이어간다. 윤 대통령이 의도하고 한 말은 “UAE의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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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2023년 아랍에미리트 개황에도 “이란은 최대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개황은 해당 국가의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전반적인 내용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망라되어 있는 공식적인 외교 간행물이다. 발간 연한은 정해져 있지 않고 정상 방문시에 개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앞두고 개정판이 나왔다. 외교부가 대통령 해외방문시 기본적인 자료를 작성하여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자료에는 방문 국가와 주요 주변국가간의 관계가 포함되고 개황 내용도 참조해 작성하며 개황 자체도 보고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개황 내용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보고된 자료에 근거해 “UAE의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정세에 대해 공부한 것을 말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돌발 발언했다고 보도한 것은 잘 못 된 것이다. ‘외교참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잘 못 되었다. 이러한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외교부 등 정부에서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 잡아야 했다. 이란은 일부 언론의 보도에 근거해 “외교적 타당성을 완전히 결여한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란 외교부가 우리나라 대사를 초치하고 면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토록 하는 등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한-이란 관계를 위해서도 지금이라도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란측이 정확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정부는 한-이란 관계가 악화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발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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