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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올해 첫 '조 단위 IPO' 오아시스…재무상태 좋지만, 관건은 '몸값'

꾸준한 매출·이익 성장 추세 바탕 삼아

차입금의존도 0%로 '무차입 경영'

IPO 시장 내 '대형주 기피' 뚜렷하고

'매출 바탕 기업가치 산정'은 변수

오아시스의 물류 자동화 라인. 사진 제공=오아시스오아시스의 물류 자동화 라인. 사진 제공=오아시스




올해 첫 ‘조 단위 공모주’인 e커머스 업체 오아시스가 다음 달 기업공개(IPO)에 본격 돌입한다. 건전한 재무 상태는 오아시스의 강점으로 평가되나 현재 공모주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대형 성장주’인데다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도 투자 업계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IPO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다음달 7~8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같은 달 14~15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월 24일에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는 목표다.

재무건전성과 성장성은 강점


오아시스는 올해 1분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회사다. 목표 시가총액으로 9679억~1조 2535억 원을 제시해 2023년 구체적인 공모 계획을 밝힌 기업 중 몸값이 가장 높다. 공모 규모도 1597억~2068억 원에 달해, 올해 현재까지 IPO에 나선 회사 중 가장 크다.

‘준수한 재무 상태’는 오아시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오아시스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말 425.18%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4.55%로 내려갔다. 차입금의존도는 현재 0%다. 지난 2021년말 e커머스·홈쇼핑 등 국내 통신판매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201.17%, 차입금의존도가 20.48%였던 점을 고려하면 동종 업계 내에서도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라고 평가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오아시스 측에선 “꾸준한 매출 성장과 흑자 기조를 바탕으로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아시스는 2019년 1423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을 2021년 3569억 원으로 끌어올렸고, 이 사이 영업이익은 약 10억 원에서 57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19.9%, 78.4%씩 늘어나며 실적 성장세가 이어졌다.

문제는 ‘밸류에이션’



그러나 IB 업계에서 염두에 두는 대목은 ‘밸류에이션’이다. 업계에선 “오아시스가 IPO 시황 침체를 염두에 두고 희망 공모가를 산정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흥행할 정도로 매력적인 가격은 아니다”라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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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가 마지막으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이 오아시스 지분 3%를 인수하면서 책정한 1조 1000억 원이었다. 현재 목표 시가총액이 9679억~1조 2535억 원임을 고려하면, 희망가 하단은 ‘라스트 밸류’보다 낮은 수준이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이 2021년 11월 오아시스에 자기자본을 투자(PI 투자)했을 당시에 책정한 주당 가격(3만 6339원)보다도 희망가 하단(3만 500원)이 16.1% 낮은 수준이다. 보통 공모가가 주관사단의 PI 투자 단가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아시스 주관사단이 IPO 시장 침체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투자자들이 대형주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것이 오아시스의 IPO 흥행에 부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쏘카(403550)·바이오노트(377740)·더블유씨피(393890) 등 지난해 상장한 대형주들은 모두 공모 과정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대형주에 비우호적인 시장 여건’은 업계 일각에서 “오아시스가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오아시스의 희망 공모가가 비싼 편이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오아시스는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EV/SALES)을 적용해 공모가를 매겼다. EV/SALES는 과거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당시 적용한 주가매출액비율(PSR)과 마찬가지로 매출액을 기준으로 적정 기업가치를 매기는 방법이다. 다만 PSR과 달리 순차입금을 계산에 반영하기 때문에, 주관사단에선 EV/SALES가 ‘재무가 건전한 성장주’라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오아시스에 적용하기 좋은 밸류에이션 지표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투자자들은 PSR이나 EV/SALES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를 희망 공모가에 적용한 회사들을 선호하지 않는 모습이다. 고금리 국면으로 ‘매출액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따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EV/SALES를 산출하기 위한 ‘비교 대상 기업’ 선정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오아시스에게 취약한 부분이다. 오아시스는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 씨(SEA), 쿠팡, 엣시(ETSY) 등 해외에 상장한 e커머스 네 곳의 EV/SALES를 평균 내 오아시스에 적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핀테크 사업 부문이 매출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나 전체 수익 중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점유하는 비중이 30% 수준인 씨(SEA) 등을 ‘신선식품 전문 유통업체’ 오아시스와 비교할 수 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직관적으로 오아시스와 ‘1 대 1’로 비교할 수 있는 상장사가 마땅치 않다 보니 ‘비교 기업 논란’ 역시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오아시스의 구주매출 비율이 30%로 높은 편이라는 점,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45% 수준이라는 점 등도 공모 흥행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거론된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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