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부족 사태가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숨진 1990년대 대기근 이래 ‘최악’으로 내몰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식량 가격·재고량 등과 관련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북한의 식량 가용성이 최소한의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자료, 데일리 NK, 아시아프레스 등 북한전문 매체를 통해 입수한 자료 등을 비교·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주식량인 쌀과 대체재인 옥수수 가격 모두 최근 급등한 가운데 대체재인 옥수수 가격의 오름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는 쌀이 없으면 옥수수·보리·수수와 같은 대체 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쌀 대비 옥수수의 가격이 비율이 커졌다는 것은 가계의 식량난이 가중됐음을 의미한다.
분석 시작점인 2009년 이래 북한의 곡물가가 국제 곡물가를 줄곧 웃도는 경향을 보여온 가운데, 가격 격차는 2021년 3월부터 눈에 띄게 더 벌어졌다. 매체는 북한의 식량 공급망이 와해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코로나 봉쇄로 국내 이동이 제한되면서 2021년 5월부터 작년 5월까지 1년 간 도시별 식량 가격의 변동성이 유독 커졌다. 그 예로 식량 공급의 주요 통로인 신의주~평양 루트의 곡물가와 여기서 거리가 있는 량강도 혜산과 같은 변방 지역의 곡물가의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다.
북한이 식량 불안정을 겪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자급자족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통해 식량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토양이 비옥하지 않은 북한은 충분한 농업 산출을 달성하려면 역설적으로 비료 등 수입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위기와 외교 갈등 등에 더욱 취약해지게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때 글로벌 곡물가와 에너지, 비료값이 급등한 것도 식량난을 가중시켰다.
아울러 신흥부자인 ‘돈주’들을 엄격하게 단속해 투자와 성장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문제가 됐다.
여기에 극단적인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취하면서 국경을 봉쇄하고 국내 이동까지 제한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고립이 더욱 깊어졌고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선회해 글로벌 수요 증가, 원자재 값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만큼 북한의 식량 상황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38노스는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021년 4월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세포비서대회 등에서 북한의 기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0년대 중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한편 38노스는 “식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산권 강화, 경제의 산업과 서비스 부문의 개방과 활성화, 수출 중심 모델의 수용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내부 경쟁과 그 자체의 소멸을 두려워하는 정권은 지금까지 그러한 개혁을 추구할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