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기자의 눈]민주당, 퇴마정치와 이별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메시지가 최근 들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언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을 계기로 스탠스를 완전히 바꾼 모습이다. 이 대표의 거친 발언을 놓고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는 안도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의회 권력은 바뀌지 않았다. 원내 1당의 압도적인 힘은 그대로인 탓인지 과거 여당 시절이나 야당이 된 지금이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달라진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출입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은 보나 마나”라는 진단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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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내부 혁신의 골든타임은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 승리를 자만할 때가 아니라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진보 진영의 원로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악마화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의 행태를 놓고 ‘퇴마 정치’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여전히 윤석열과 그 일당이 얼마나 사악하고 무능한지를 폭로하는 일에 집착했지만 자신들의 부족주의적 정파성과 원리주의적 탈레반 기질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외면했다”는 지적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 대표가 취임한 후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던 내로남불 행태와 이분법적 사고 등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의 자신감 넘치는 언행도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려는 목적 때문인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이 대표는 행정가로 실적을 쌓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누구보다 실적을 강조하는 이 대표다. 이 대표에게 필요한 실적은 민주당 내부의 혁신, 퇴마 정치의 종언이 아닐까.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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