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2년 차인 올해 설 민심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등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은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의지할 정당이 없다”며 분노와 절망을 표출했다. 지난해 사사건건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법정 시한을 22일 넘겨서야 예산안을 통과시킨 국회는 새해 들어서도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법안을 표류시키고도 일몰 법안 처리 등을 명분으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방탄 국회’ 소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9일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는 설 연휴 전까지 이전투구를 거듭했다.
입법권을 가진 거대 야당에 대한 질타가 적지 않았다. 국정 발목 잡기를 하면서 ‘방탄’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이병훈 의원은 24일 “민주당이 잘못해 정권을 빼앗긴 만큼 제대로 일 좀 하라는 쓴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에 대한 민심도 싸늘했다. 국민의힘 당권 장악을 위한 친윤계의 밀어붙이기식 행보로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가 낯 뜨거운 말싸움의 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당대회를 하면서 시끄러운데 그 안에서도 싸우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 시대를 맞아 초격차 기술과 고급 인재 육성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전 세계가 첨단산업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해묵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략 산업의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최대 25%로 상향 조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재벌 특혜’라며 어깃장을 놓는 야당의 몽니도 볼썽사납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부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사명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정치를 시급히 복원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입법을 통해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