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SM)엔터테인먼트가 창업자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에서 멀어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포스트 이수만'체제의 핵심인 멀티프로듀싱 개편안을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며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SM은 다음 달 3일 지속가능한 제작체계를 위한 멀티프로듀싱 체제 개편안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SM 측은 얼라인과의 합의안에서 “재능 있는 여러 프로듀서들이 SM만의 고유 아이덴티티를 계승 발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6년간 SM과 K팝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이 이수만 프로듀서의 역량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H.O.T.를 시작으로 신화·보아·동방신기·샤이니·엑소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1인 리더십을 통해 성장해 온 SM의 미래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멀티 프로듀싱 체제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인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계획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고, 아티스트별 일정도 딜레이됐다는 것이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급증한 K팝 수요에 맞춘 소속 아티스트들의 체계적인 활동이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며 “멀티 레이블 또는 아티스트별 본부 시스템이 정착된 타 기업 대비 저평가 요소였다”고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JYP를 언급하며 “JYP는 트와이스를 통해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정착되며 10배 이상의 주가 상승이 이뤄졌고, SM도 멀티 프로듀싱 뿐 아니라 멀티 레이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계에서는 이 프로듀서의 절대적 영향력이 배제된 SM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광야’ 세계관 같은 거시적 방향성 뿐 아니라 가사·의상·무대·안무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챙기던 이 프로듀서의 부재가 콘텐츠 퀄리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듀서가 횡령 혐의로 부재했던 2000년대 초반 SM은 밀크·블랙비트·트랙스 등 내놓은 아티스트들이 연달아 실패하며 이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재확인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켄지·유영진 등 훌륭한 프로듀서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이 프로듀서였다”며 “이성수 대표도 프로듀서 출신인 만큼 이 프로듀서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SM은 앞으로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주주환원책도 결의했다. 3월 주주총회부터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이 이뤄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에 지급된 용역 비용은 180억 원인데, 별도 당기순이익은 607억 원이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