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묵비권(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조사 전날까지 검찰과 수사 일정, 횟수 등으로 실랑이를 벌였지만 정작 조사실에 마주한 검사의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고,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에 제출한 33쪽의 서면 진술서를 통해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를 받기 전부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진술서에는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이 대표는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해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 일일이 대응할 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민주당 측도 이 대표의 묵비권 행사를 두고 “이는 법률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부당기소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 맞춰 15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와 함께 심야 조사를 준비하고, 1부 정일권(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과 3부 남대주(37기) 부부장이 직접조사에 참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검찰은 여러 혐의에 대한 입장을 듣지 못한 채 미리 준비한 질의만 줄줄이 읊는 식의 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조사도 일찍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이 대표는 이달 10일 ‘성남FC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12시간 조사를 받았다.
그간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조사 일정과 시간, 횟수 등으로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검찰은 당초 27일과 30일 오전 9시30분 두 차례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는 28일 오전 10시30분 한 차례 출석하겠다고 고집했다. 검찰이 마지못해 이 대표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 대표에게서 유의미한 진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 측이 예상하지 못한 결정적인 증거를 검찰이 제시한다면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이 대표 측 변호인으로는 법무법인 가로수 김필성(38기) 변호사가 입회했다.
검찰이 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압박을 가할 부분은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몫의 대장동 민간업자 지분 절반을 나중에 건네받는 방안을 보고받아 승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해충동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본부장 등 공소장에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김씨 측 지분 절반가량을 이 대표 측에 주겠다’는 방안을 이 대표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았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최종결정권자로서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4040억원의 수익을 챙기게 해 성남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실장 등 측근들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개발 수익 가운데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각종 선거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도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벼르는 부분이다. 아울러 검찰은 2013년 위례 신도시 사업 과정에서 측근들이 성남시 내부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미리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1년 4개월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는 “대장동과 위례사업에 대한 제 입장은 검찰에 제출할 진술서에 다 담았다”며 “여러분께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