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우려가 현실로…이-팔 갈등 격화에 “중동 화약고 폭발 직전” [Weekly 월드]

26일 이스라엘군 '대테러작전'에

제닌 난민촌 아수라장…민간인 10명 사망

무장정파 하마스-이스라엘 공습 주고받아

27일 하마스, 이스라엘 회당 테러

신자 7명 사망에 "자연스러운 복수"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유혈사태에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로이터연합뉴스26일(현지 시간) 발생한 유혈사태에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역대급 우파 정부를 이끌고 귀환한지 한 달 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으며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닌 난민촌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의 ‘사상 최대 유혈 작전’을 계기로 양 측이 보복성 공격을 수 차례 주고받으며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자 미국은 진화에 나섰다.


블링컨 美 국무 29~31일 중동 순방…분쟁 해법 찾을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 시간)부터 31일까지 이집트와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지구 순방에 나선다. 그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30~31일 예루살렘과 라말라를 각각 방문한다. 네타냐후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수반과도 각각 일대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26일(현지 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 급습한 이스라엘군을 피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26일(현지 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 급습한 이스라엘군을 피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이번 순방의 ‘뜨거운 감자’는 순방 3일 전 발생한 팔레스타인 제닌 난민촌에서의 유혈사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6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위치한 제닌 난민촌을 급습한 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총 10명을 사살해 20년 만에 단일 교전 기준 최다 사상자를 냈다. 제닌 난민촌은 이팔 분쟁지역 중에서도 최근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세를 받아온 곳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테러 예정이던 무장세력 소탕 작전”이라 주장했지만 숨진 이들 가운데 60대 여성·청소년 등 민간인도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졌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 역시 당초 예정된 일정이긴 했지만 미 국무부는 유혈 사태가 벌어진지 몇 시간 만에 순방 계획을 긴급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속도를 냈다.


‘복수의 굴레'…유혈 사태 시작으로 공습·민간인 테러 주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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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2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이 사태 중재에 서두르는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간 파열음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사태 당일 PA는 즉시 성명을 내 "이스라엘 점령 세력 정부와의 치안 협력은 현 시간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PA가 요르단강 서안 등지에서의 이스라엘군 수색 작전에 대한 협조를 중단한 것은 3년만이다.

게다가 다음날인 2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치 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로켓 2발이 발사됐다. 이스라엘군은 몇 시간 만에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고 곧바로 가자지구에서 로켓 3발이 추가로 발사됐다. 하마스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최고 경계상태를 유지하라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명령도 이어졌다.

이날 저녁에는 동예루살렘 북부 네베 야코브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70대 여성 등 신자 7명이 사망했다. 하마스 측은 성명을 내고 "오늘 공격은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공격과 9명의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제닌 수색 작전에 대한 자연스러운 보복"이라며 배후를 자처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해 '끔찍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유혈사태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 시간)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앞에 모여 무장정파 하마스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유혈사태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 시간)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 앞에 모여 무장정파 하마스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외신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극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내각을 향해 쏟아지던 우려가 ‘기우’가 아닌 ‘악몽 같은 현실’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전이 종료된 후 낸 성명에서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었던 잠재적인 테러 공격을 저지한 군인들의 용기와 지략에 감사를 표한다"며 되레 살상 사태를 칭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한 달 만에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30명이 사망했다”면서 “이는 2005년 UN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다사망자(166명 이상)를 냈던 지난해와 맞먹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팔 지역 평화에 대한 지지율이 양 측 모두에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정부가 이미 불안정한 상황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중동으로 향하는 블링컨 장관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토르 웨네스랜드유엔 중동 특사는 이번 사태가 ‘심각한 경각심과 슬픔’을 초래했다며 “연초부터 우리는 2022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폭력 등 부정적 징후를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다”며 “당장 긴장을 완화하고 더 이상의 인명 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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