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운영하는 카카오 계열사 그립컴퍼니가 구글, 메타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에 글로벌 인재 유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을 앞둔 IT 플랫폼 기업들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그립은 이달 중순 최고기술책임자(CTO)에 글로벌 기술·운영 전문가로 통하는 이강원 전 구글 리드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를 신규 선임했다. 그립이 CTO를 교체한 건 2018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CTO는 구글에서 여러 개발 프로젝트의 묶음인 프로그램의 업무를 총괄하는 리드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했다. 메타에서도 비슷한 직무를 맡았던 점을 고려하면 두 미국 빅테크에서만 총괄급 포함 10여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도 몸 담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시장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해외, 특히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갖춘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립은 이 CTO의 글로벌 전문성을 토대로 미국 현지화 전략을 세우는 등 해외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그립은 판매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2019년 국내 출시된 후 2021년 말 카카오의 지분 투자(지분율 48.8%)를 받고 지난해 거래액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멤버인 배경수 전 CTO는 기술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의 개발조직을 지원한다.
그립처럼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여러 플랫폼 기업들도 연말연초 C레벨(대표급)이나 그 아래 임원급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공략이 점점 더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 규모가 더 큰 현지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통해 사업 노하우를 이식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움직임은 네이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3억 명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운영사 네이버제트와 네이버 글로벌 개인간거래(C2C) 사업의 핵심인 크림이 다음 달 초 김영기 전 JP모건 투자은행(IB)부문 대표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데려온다. 김 전 대표는 두 회사의 인수합병(M&A)과 자금조달 등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배달의민족 매각 등 굵직한 M&A를 주도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도 글로벌 사모펀드 KKR의 김용수 전 상무를 최근 전략실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수년 내 미국 증시 상장”을 선언한 만큼 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역량 강화 목적으로 풀이된다. 전략실은 글로벌 전략과 사업 개발·투자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이를 지휘하는 전략실장은 대표 바로 아래 직책이다. 김 실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와 테슬라에서 일했다.
지난해 말엔 핀테크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하대웅 전 아마존 부사장을 최고제품책임자(CPO)로, SK스퀘어의 앱마켓 자회사 원스토어는 그룹 정기인사에 맞춰 전동진 전 블리자드코리아 최고경영자(CEO)를 자사 CEO로 선임했다. 게임사 컴투스도 이달 한지훈 게임사업부문장을 데려왔다.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를 흥행시킨 넷마블 사업그룹장 출신으로, 역시 “글로벌 성과 확대”가 영입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