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증시

"FOMC, '갈 길 더 남았다'면 매파신호"…고용보고서·애플 실적 주목[월가 위클리]

인플레이션 코너 돌았다…자신감 얻은 시장

연준의 딜레마는 지속…시장완화, 노동 변수 고민

이번주 지표, 고용發 인플레이션 압력 여전할 듯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는 시민들. 이번 주 FOMC를 비롯한 주요 경제 이벤트는 미국 증시의 변곡점이 되고 앞으로 미국 경제를 예측하는 힌트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는 시민들. 이번 주 FOMC를 비롯한 주요 경제 이벤트는 미국 증시의 변곡점이 되고 앞으로 미국 경제를 예측하는 힌트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는 다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시간입니다. 2023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1일(현지 시간)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립니다. 1일 발표할 회의 결과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이 맞을지, △금리 인상 중단 신호 여부 △최종금리 하향 검토 여부가 포인트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애플과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등 빅테크의 실적 발표도 이번 주에 몰려있고요, 더불어 인플레이션 추가 둔화의 키를 가지고 있는 고용 관련한 굵직한 지표도 세 가지가 발표됩니다.



FOMC와 실적, 고용지표 이 세가지가 동시에 발표되는 만큼 이번 주가 뉴욕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 코너 돌았다…자신감 얻은 시장


찰스슈왑. 서울경제찰스슈왑. 서울경제


지난 주 뉴욕 증시의 주요 세 지표는 모두 주간 기준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2.5% 오른 것을 비롯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4.3%올라 4주간 11% 상승했습니다.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시장은 적어도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대비 4.4%, 전월 대비 0.3% 올라 전망치에 부합했는데요, 전년 대비 기준은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연준이 전망했던 2022년 말 근원 PCE 수치 4.8% 보다 더 낮습니다. 앞서 10월, 11월,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눈에 띄게 둔화된데 이어 12월 공급자물가지수(PPI)도 완화했고 12월 PCE도 이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경제 체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9% 성장해 조사 기관에 따라 2.6~2.8%였던 시장의 전망보다 더 성장했습니다. 신규실업수당 청구는 전망치(20만 건)에 못미치는 18만6000건으로 노동 시장의 인력부족 상황은 아직 풀릴 기미가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들어 시장은 오히려 고용 시장이 떨어지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이 약화된다면 침체를 면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고용지표 3가지 발표…고용發 인플레이션 압력 여전할 듯


2월 첫주 경제이벤트. 블룸버그. 서울경제2월 첫주 경제이벤트. 블룸버그. 서울경제


현지 시간 31일 나오는 고용비용지수(ECI)는 고용주가 임금과 복리후생에 지불하는 금액을 보여주는 지표로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1% 상승할 전망입니다. 2분기 1.3%, 3분기 1.2%에 이어 조금씩 줄어드는 데요, 절대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연율로 환산하면 4.5%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여전히 너무 뜨겁다"며 "만약 이 수준대로 나올 경우 인플레이션 부담을 높이고 파월 의장이 계속 매파적인 메시지를 유지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같은날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2월에 108.3으로 올라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1월에는 109.0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심리는 결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다만 12월의 경우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감은 147.2포인트였던 반면 1년 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82.4였다는 점은 유념해야 합니다. 최근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1일에는 1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나옵니다. 12월 채용 중인 일자리가 1029만3000건으로 전월 1045만8000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11월 당시 월가에서는 1005만건 정도의 일자리가 열렸던 것으로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40만건 이상 더 많아서 예상보다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었습니다. 열린 일자리수는 고용보고서상의 실업률과 비교해 현재 구직자 1인 당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을 계산할 수 있는데요, 이는 파월 의장이 주목하는 수치기도 합니다. 현재 약 1.74대1로 아직 구직자가 골라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업주 입장에선 사람이 급하면 임금을 올려줄 요인이 됩니다. 이 비율은 팬데믹전 2019년 말 1.15대 1이었습니다.

3일에는 1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실업률이 3.5%에서 3.6%로 다소 오르겠지만 분석 기관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효과가 날 만큼의 노동 시장 둔화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하락의 정도가 시장의 우려 만큼 크지는 않은 분위기 인데요,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S&P500 소속 기업중 143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으며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보다 높은 비율은 67.8%로 장기 평균 66%를 상회합니다. 다만 상회의 폭은 평균 1.6%로 1994년 이후 평균치인 4.1%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연준의 딜레마…"시중 유동성 이미 마이너스" vs "노동시장 변수 배제 안돼"


미국 통화유동성(M2)은 지난해 4분기 195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서울경제.미국 통화유동성(M2)은 지난해 4분기 195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서울경제.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가 유력한 분위기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0.25%포인트를 올릴 확률이 98.4% 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1.6%의 나머지 확률은 0.5%포인트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동결에 대한 전망입니다. 적어도 선물시장에서는 0.5%포인트 인상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자신감이 큽니다.

관련기사



연준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추세는 인정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총재가 "통화 정책이 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시장이나 학계에서는 이미 금리는 충분히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1970년 대 이론이 나올 때와 달리 현재는 인터넷 등으로 정보 유통속도가 빨라 정책 지연 기간이 짧다"며 "이미 정책효과는 금융시장 등에 반영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책 효과가 드러나기를 기다리며 연준이 계속 기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통화 유동성 측면에서도 이미 충분한 긴축이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980년대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 연준 이사를 지냈던 로버트 헬러는 고전적인 물가 통제 방법, 즉 '유동성(=돈의 양)'의 변화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돈의 공급량을 보면 지금 가파르게 줄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이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요, 그는 "화폐 공급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지금의 통화량은 이미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한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전년대비 통화 공급량은 4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들어섰습니다. 절대량이야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통화공급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실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미국은 1959년 이후 분기별로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이 전년보다 줄어든 적이 없었거든요.

시중에 돈이 많으면 물가가 오르고, 반대로 돈이 줄어들면 물가가 내린다는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 통화정책은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헬러 전 이사의 주장은 근거가 충분한 셈이지요. 헬러 전 이사는 "연준은 금리라는 기준에 명운을 걸지, 통화량의 미래 효과를 믿고 미래 지향적 정책을 채택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통화량 기준으로는 더이상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택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연준이 안고 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추세를 인정하는 것과 그래서 목표치인 2% 까지 내려갈 것이냐는 다른 문제기 때문입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노동시장과 임금이 인플레이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두고 연준 내부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시장이 너무 앞서 가는 것도 연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1월 만기가 되는 미국 1년물 국채 수익률은 4.664%인데요, 동시에 만기가 비슷한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은 2.551% 입니다. 이 두 국채의 수익률을 빼면 2.113% 정도가 나옵니다. 이말은 시장은 현재 내년 1월에 미국 CPI가 2.1%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연내에 연준의 목표인 2%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연준과의 격차가 큽니다. 연준은 근원 PCE가 올 연말 3.5%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걱정하고, 시장은 올해 사실상 끝난다고 보는 형국이지요.

이는 돌려말하면 지금 시장에서 이번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확률을 98.4%로 보는 것이나, 연내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것이라 보는 것은 모두 올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과연 연준이 이같은 전제와 전망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갈 길이 좀 더 있다'는 표현은 매파 메시지"


제롬 파월 연준의장. 로이터연합뉴스제롬 파월 연준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과잉긴축을 피하는 묘수를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시장은 0.25%포인트 인상에 더해 금리 인상 중단 신호도 기대하고 있지요.

속도조절 기대감이 컸던 지난해 11월 FOMC 당시를 떠올려볼까요? 연준은 당시 시장의 예상처럼 0.5%로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다만 기자회견을 통해 최종금리도 올리겠다는 매파적 메시지도 밝혔습니다. 일방적 비둘기 메시지 대신 최종금리 인상 의지를 동시에 제시하면서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이론상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있긴 합니다. 다만 블룸버그가 조사한 92곳의 리서치기관 중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곳은 8곳으로 많지는 않습니다. 동결을 전망(2곳)보다야 많지만 절대 다수가 0.25%포인트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리인상 중단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담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더불어 기자회견 멘트에서 매파적 신호를 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만약 파월 의장이 '여전히 갈 길 좀 더 남아있다(still some way to go)'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를 매파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이 최종금리를 5.0%까지 올릴지, 5.25% 까지 올릴 지에 대한 힌트라는 것인데요, 만약 해당 표현이 나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은 5월까지 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