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낮은 세율 좇는 이주족





미국 플로리다주 남동부 대서양 연안의 해안 도시 주피터에는 고소득 골퍼들이 모여 살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리키 파울러 등 내로라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60여 명이 이웃사촌이다. 주피터가 ‘골프 귀족 마을’이 된 것은 사계절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씨, 뛰어난 골프 코스가 많은 점 등이 꼽힌다. 하지만 유명 골퍼들이 주피터에 몰려든 주된 이유는 적은 세금이라는 게 정설이다. 플로리다주는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세금에 민감하기는 일반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지난해 미국인 120만 명이 다른 주로 이사했는데 대부분 세금 부담이 많은 주에서 적은 주로 이동했다고 최근 ‘폭스 비즈니스’ 등이 보도했다. 미 연방 인구조사국과 싱크탱크 ‘조세재단’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이주자의 68%가 플로리다·텍사스·테네시 등 소득세를 물리지 않거나 소득 세율이 낮은 5개 주로 거주지를 옮겼다. 반면 소득 세율이 높은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5개 주에서는 약 90만 명이 다른 주로 빠져나갔다. 코로나19와 고물가 등으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지자 세금 등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곳으로 이삿짐을 싼 이주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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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세율을 좇는 것은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주 오스틴·휴스턴 등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지사와 연구소를 줄줄이 세웠다. 세금 부담이 큰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텍사스는 법인세가 없는 데다 부동산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오라클 등 30여 개 기업이 오스틴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경쟁력 있는 조세제도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고급 인재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결국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을 가져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람이나 기업 모두 세금을 많이 내야 하고 규제·간섭이 심한 곳을 피하려 한다.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가 생존하려면 세제 경쟁력을 지니면서도 살기 좋은 매력 국가로 만들어가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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