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전세사기 피해자 A 씨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을 고소하려 했지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A 씨는 경찰청 전담수사본부로부터 “3억 원이 피해자 본인에게는 큰돈이겠지만 수사를 하기에는 적은 금액이라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수사가 대형 사건 위주로 이뤄지는 탓에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최소 1137채를 매입한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2030세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임차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A 씨도 임대인 B 씨로부터 3억여 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 씨는 같은 임대인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14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세대 청년인데 2억~3억여 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피해 규모만 30억여 원에 달한다. 임대인 B 씨는 현재 200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조직적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A 씨는 임대차 등기 명령과 법원 지급명령까지 진행했음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민사 절차에서 한계에 부딪힌 A 씨는 형사 절차라도 진행해보려 했지만 결국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A 씨는 경찰에서 “경찰청 전담수사본부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 금지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임대인의 정보를 주면 이를 바탕으로 규모가 있는 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다”며 “민원을 접수하면 되지만 전담수사본부에서 다뤄질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주로 원룸이다. 전세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어 피해를 당하고도 구제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조직적 전세사기 피해자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형사 절차를 진행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임대인을 사기 혐의로 처벌하려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처음부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전세사기가 문제로 떠오르며 형사처벌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이전까지는 사기죄 성립이 되지 않아 기소된 사례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세사기가 많으니 수사를 긴밀히 하면서도 일선 민원이 워낙 많다 보니 접수를 안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