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학대피해 노인의 권리보호와 지원에 관한 법률'(학대피해노인법)에 '자기방임'을 노인학대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인권위는 학대피해 노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기방임은 노인이 의료 처치나 약 복용 등 치료 행위를 거부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거부하는 행위,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거부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돌봄을 거부해 생명이 위협받도록 하는 것, 약물·알코올 남용, 자살 시도 등도 해당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기방임은 2005년 노인학대 신고 사례 중 1%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10.1%로 급증했다. 인권위는 "자기방임은 독거노인이나 지역사회에서 단절된 노인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사례 등과 같이 새로운 노인학대 유형"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노인의료복지시설에 대한 외부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노인인권지킴이단' 운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학대피해노인법에 담으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또 현행 노인복지법 조항과 국회에 발의된 노인복지법 개정안 조항 등 흩어진 규정들을 모아 학대피해노인법으로 단일화할 것을 요청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학대 피해 노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각 광역지방단체에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를 확대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또 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 노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요건과 절차를 법률에 규정하도록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학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해 이같은 권고를 내놨다. 우리나라는 2025년 이후 인구 5명 중 1명 꼴로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2009년 2674건 △2020년 6259건 △2021년 6774건으로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