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전자 사실상 감산 돌입"…골드만삭스는 되레 목표가 올렸다

■'어닝쇼크' 삼성전자…증권가 전망은

인위적 감산 없다고는 하지만

시설 재배치 통해 공급량 조절

반도체 수급 개선 긍정적 영향

골드만삭스 "2분기 이익 증가"

목표주가 7만 →7.5만원 상향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확인한 후 올해 이익 전망을 대폭 낮추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경우 올해 1분기 최대 4조 원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암울한 실적과는 달리 주가에 대해서는 희망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14년 만에 반도체 적자에 맞닥뜨릴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에 돌입하면서 이르면 상반기 말부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전망의 근거다. 다만 “기다리는 주가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의견과 “지금보다 더 저점에 매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일 증권사들은 일제히 올해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쏟아냈다. 키움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약 15조 467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전망보다 28.34% 감소한 수치다. KB증권(18조 4310억 원→14조 4450억 원), 현대차증권(24조 3860억 원→21조 4650억 원) 등도 하향 조정에 동참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전년(43조 3766억원) 대비 33~52%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반도체 부문이 1분기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첫 적자 전환 가능성이 대두된다. 대신증권(-4조 1110억 원), IBK투자증권(-2조 1130억 원), 다올투자증권(-8700억 원) 등은 적자 전망치를 늘려 잡았다.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전망치를 뚫고 내려가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1·2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23%, 12%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낸드메모리 사업은 적자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낸드 부문 영업손실을 1조 4980억 원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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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최고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 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래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 감산’ 대신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할 것으로 해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과감한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삼성전자가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산효과가 이르면 상반기 말이면 나올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공급 조절이 반도체 재고 소진 시점을 앞당기며 수요절벽 탈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판가 하락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실질적 감산이 6~7월께 메모리반도체 수급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D램 공급량은 9% 감소하고 이는 곧 글로벌 D램 공급 4%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일단락되면 올해의 낮은 생산 증가율은 업황 회복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를 매수 시점으로 보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공급 조절 효과와 더불어 서버와 모바일 중심의 반도체 수요 회복도 기대되기 때문에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7만 원에서 7만 5000원으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안에 메모리 재고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으며 더 좋은 가격 환경과 의미 있는 이익 개선이 2분기에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목표가를 6만 9000원에서 7만 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 본부장은 “실질적 감산 시행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소폭 반등했다. 전 거래일 대비 800원(1.31%) 오른 6만 18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전날 낙폭(-3.63%)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인내심을 갖고 매매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 재고 흐름이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주가의 단기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 수준에서 비중을 재차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재고가 감소하거나 재고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주가의 기조적 반등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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