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K무기는 北 위협 맞서며 성능 검증…방산 경쟁력 자유진영 2위 넘봐” [청론직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가성비 강점, 러·중 눈치에 美 무기 꺼리는 국가에 대안

최첨단 에이사 레이더, 美 기술 이전 거부에 독자 개발

방산 수출 4강 되려면 초격차기술로 ‘선도자’ 역할해야

무기 구매국 경제계획까지 수립해 통합 솔루션 제공을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이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방산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퍼스트무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이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방산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퍼스트무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방위산업 수출 실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K방산’의 경쟁력에 대해 “자유 진영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넘볼 수 있을 정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4대 방산 수출국으로 우뚝 서려면 단순한 무기 판매 차원에서 벗어나 구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을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매 국가의 경제개발 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K방산과 연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방위산업 수출액이 역대 최고인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달성하는 데는 폴란드의 구매가 큰 역할을 했다. 폴란드는 왜 한국산 무기 구매를 결정했는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인접 국가인 폴란드도 위협을 느꼈다. 폴란드는 자국이 갖고 있던 무기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내주다 보니 자체 역량을 보충할 필요성이 생겼다. 독일이나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폴란드에 무기를 공급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품질이 우수한 데다 마침 생산능력이 군 소요보다 커 공급 능력이 남아돌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계약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한국산 무기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 무기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가성비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의 경우 다른 나라의 같은 기종과 비교할 때 성능은 대등한데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무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었다.

-가성비가 좋은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주요 무기의 양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무기를 원하는 시기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대당 가격은 내려간다. 유지·보수 등 후속 군수 지원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운용 경험과 이력이 축적되면서 부품 조달 등이 쉬워 타국 기종에 비해 운영 유지비가 적게 든다. 운영 유지비를 고려하면 뛰어난 가성비가 더욱 두드러진다.

-가성비 외에 한국산 무기의 경쟁력이 있다면.

△오랜 기간 북한의 위협에 맞서면서 무기의 성능을 검증받았다. 예를 들어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었을 때 K9 자주포는 북한의 선제 공격을 받고도 즉각 응사해 실전 성능을 인정받았다. 세계 각국은 강대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무기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국가 브랜드와 무기 신뢰도가 높은 한국산 무기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정치·외교적 관계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무기를 구입하기가 껄끄러운 아시아·유럽 국가들에 한국산 무기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한국이 어느새 중요한 방산 수출 국가로 발돋움한 것 같다.

△방산 수출은 2010년대 중반까지 매년 30억 달러 내외에서 이뤄졌다. 그러던 것이 2021년 70억 달러로 올라가고 지난해 다시 170억 달러로 훌쩍 뛰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방산 수출액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것은 세계적으로 안보 불안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만 봐도 자체 조달 능력이 부족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50만여 명의 현대화된 병력을 보유한 한국은 지속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방산 경쟁력을 높여왔다.

-올해 방산 수출 전망은 어떤가.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레오파르트 전차를 대체해 72대(최대 20억 달러)의 전차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K2 전차를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K9 자주포 24문을 운용하고 있는데 12문의 추가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천궁2 지대공미사일을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8억 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경공격기·고등훈련기 획득 사업을 추진 중인데 현지에서는 한국의 FA-50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의 170억 달러 규모 이상이 될 것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정부가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넘겨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패키지형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가 단순히 무기 구매를 넘어 우리의 무기 체계를 활용해 국방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무기 판매 과정에서 교육·훈련은 물론 전술·전략까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넓혀보면 상대국의 국가 안보와 국방에 더해 경제개발 계획까지 수립해 K방산과 연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방산을 기본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합쳐진 멀티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국이 원유나 가스 등과 같은 에너지 자원이 있을 경우 방산 수출과 에너지 수입을 연계할 수 있다. 공항이나 항구 등의 건설 프로젝트가 연계된 형태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군 경험이 풍부한 예비역 전문가를 비롯해 전직 외교관, 기업 출신 지역 전문가 등 우수한 인력들이 하나의 팀이 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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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에 방산 컨트롤타워를 두기로 했는데.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방산 수출은 일반 수출과 다르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이 글로벌 시각을 갖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방산 전문가가 대통령 곁에서 보좌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갈 필요가 있다.

-CNN이 “한국이 폴란드와의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으로 방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 무기가 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났다. 세계 2위로 알고 있었는데 거의 허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중국 무기도 실전에서 제대로 평가받은 적은 없지만 공산당이 만들었으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기술 강국이라지만 지금은 역량이 많이 떨어졌고 영국은 K2 전차를 수입해간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방산 경쟁력이 낮다. 유럽은 소련 해체로 직접적인 위협이 사라지면서 국방 분야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따지면 한국의 방산 경쟁력은 세계 4강, 자유 진영 2위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방산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우리 무기의 기술 수준은 평균적으로 미국 대비 80% 정도 된다고 본다. 그동안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입장에서 미국 무기를 열심히 따라갔다면 이제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스스로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무기 수출 국가는 가능하면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수입 국가는 될 수 있으면 기술이전을 많이 받으려 한다. 미국도 핵심 기술은 이전해주지 않는다. 에이사(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몇 번씩 기술이전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인 KF-21을 수출할 때는 자체 개발한 에이사 레이더가 장착된다. 이런 식으로 방산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

-무기의 품질을 높이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민간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무기 조달 방식이 일반 물품 조달과 같아 기업 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무기를 조달할 때 경쟁을 통해 저가 입찰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지체상금 부과 등 문제가 많다. 1조 원 짜리 도산안창호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납기가 110일이 지체됐다고 해서 1000억 원가량의 지체상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었다.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설계 변경이나 시행착오 등 때문으로 오히려 필요한 과정일 수 있는데 여기에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무기 개발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는가.

△무기 개발은 대부분 고가, 대규모, 장기 연구개발이면서 고도의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특징이 있다. 무기는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연구개발·시행착오는 물론 실패의 과정까지 거친다. 개발 과정에서 요구 성능이 바뀌는 등 변수도 많다. 현재 방산 계약 때 국가계약법 외에 방위사업법과 국방과학기술촉진법이 추가로 적용되기는 하지만 이런 법률로도 방산의 특수성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산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방위사업계약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방산 계약과 관련된 하나의 통일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방위사업계약법은 지체상금 감면, 한국산 우선구매제도, 품질·성능을 우선한 낙찰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입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

◆He is…

1950년에 태어나 육군사관학교(28기)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군본부에서 관리측정장교·비용분석장교·전사편찬과장을 거쳤으며 국방부에서 평가관리관실 지상장비평가과장, 획득개발국 획득3과장, 획득기획과장을 지냈다. 1999년 장군으로 진급해 국방부 연구개발관과 조달본부 외자부장을 역임했다. 2001년 예편 후 2004년까지 국방부 조달본부 차장을 맡았다. 저서로 ‘방위산업,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가 있으며 보국훈장 천수장과 삼일장을 수훈했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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