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0원 넘게 급락하며 10개월 만에 장중 달러당 1210원대로 내려앉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첫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언급으로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추가로 11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원 내린 1220원 3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4월 14일(1224원 70전) 이후 최저치다. 이날 환율은 하락 폭을 키워가며 장중 한때 1216원 4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22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7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이 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도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101.7 선에서 100.8 선대로 1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국내 수출 업체들도 달러 보유 물량을 매도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을 키웠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도 낙폭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흐름이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1100원대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율이 하반기 110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위험자산 랠리로 이어지면 아시아 증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