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이르면 다음 달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현대카드의 독점권이 삭제됐으며 수수료의 소비자·가맹점 전가 금지 조건도 부과됐다. 카드 업계는 애플페이의 도입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3일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 해석을 고려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카드는 미국 애플사와 계약을 맺고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애플페이의 약관 심사를 완료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대형 가맹점에 근거리무선통신(NFC) 호환 단말기 설치비를 보조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비스 출시가 지연됐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중 애플페이와 호환되는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전체(290만곳)의 10% 미만으로 NFC 단말기가 보급되지 않으면 애플페이 서비스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는 기존 도입 계획을 수정한 후에야 법령 해석상 예외 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한 또 하나의 쟁점이었던 애플페이 수수료의 소비자 또는 가맹점 전가 문제는 금융위가 소비자나 가맹점 전가를 금지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면서 일단락됐다. 금융위는 “(제휴) 신용카드사는 관련 법령 준수와 함께 애플페이와 관련한 수수료 등 비용을 고객 또는 가맹점에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며 “또 고객 잘못이 없는 개인정보 도난·유출 등으로 야기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페이의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카드 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배타적 사용 계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카드사들이 당장 애플페이를 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애플페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문제가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한동안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애플페이 정착 결과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에서 간편결제가 가능한 유일한 스마트폰이었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에 국내 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페이팔·위챗페이·알리페이 등 다른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가 자동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애플페이 외 다른 해외 결제 서비스가 내국인을 상대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구체적인 서비스 형태에 따라 여신 전문 금융 업자나 전자 금융 업자 등으로 등록하고 관련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카드와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현재는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