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미국 내 신규 고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3월까지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제동이 걸렸다. 강력한 고용 환경이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과 소비 여력을 뒷받침하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강력한 고용에 따른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4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48.2%를 기록해 인상 중단 확률(44.6%)을 앞지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3월에 끝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3일에 1월 미국 고용 보고서가 발표된 뒤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앞서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 분야 신규 고용은 51만 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8만 8000건을 3배 가까이 웃돈 수치다. 8월 이후 5개월째 이어지던
신규 고용 감소세가 상승 전환하면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수준(16만 3000건)에서도 멀어졌다. 실업률 역시 3.4%로 떨어져 1969년 5월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서 조사된 실업률 전망치는 3.6%였다.
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고용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에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던 3월 금리 인상 중단설은 고개를 숙였다. 애나 왕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고용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상태”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 행진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표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용 시장을 강조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시장의 금리 전망을 바꾸게 한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앞서 FOMC 기자회견에서 “고용 시장이 균형을 되찾지 않으면 물가를 2% 목표까지 지속적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고용 둔화 없이도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연준 안팎의 관측을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연준 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월 고용지표는 놀라운 수치”라면서 “12월에 제시했던 올 기준금리 전망치 5.1%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1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4.4%로 전월(4.8%)보다 둔화됐다는 점이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했다.
연착륙과 침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는 “고용 시장은 경제가 예상만큼 침체와 가깝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제프리의 이코노미스트팀은 “임금 상승세가 느려지는 동시에 실업률도 낮아지는 조합은 골디락스를 넘어 유토피아적 시나리오”라며 “우리는 이 같은 전망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노동시장은 침체를 알리는 다른 지표와 다르게 작동 중이고 지금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읽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며 “어느 순간 경제가 급정지(sudden stop)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