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카카오 그룹의 스포츠 전문 계열사 카카오VX가 경쟁 업체와 송사에 휘말렸다. 골프 비즈니스 플랫폼인 스마트스코어가 카카오VX를 상대로 자사의 골프장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그대로 베낀 데다 위약금 지원 등 부당한 방법으로 ‘고객 뺏기’를 시도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 1·2위 간의 소송인 만큼 양측 간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를 상대로 1억 원 규모의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사건은 단독재판부에 배정됐다가 합의부로 옮겨졌으나 아직 재판부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골프 IT솔루션은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골프장 카트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경기 관제 시스템을 말한다. 경기 진행 및 고객의 점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점이 알려지자 솔루션을 도입하는 골프장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골프 IT솔루션 시장은 2015년 사업을 시작한 스마트스코어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62곳의 골프장과 계약을 체결해 67.2%의 시장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후발주자인 카카오VX는 사업 진출 첫 해인 2021년 말 기준 12개 업체(2.3%)와 계약했으나 지난해 말 고객 업체 수를 46개(8.53%)로 늘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2021년 4월에 출시한 관제 서비스는 자사 솔루션을 그대로 모방한 결과물이라는 입장이다. 태블릿PC로 보여지는 서비스의 화면 구성과 기능적인 구현 측면에서 양사의 서비스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소장을 통해 “카카오VX의 솔루션 프로그램은 개발 당시 스마트스코어 솔루션 프로그램의 모든 페이지를 가져다 놓고 이용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유사성을 띠고 있다”며 “이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중소기업의 성과를 대기업이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도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마트스코어는 또 카카오VX가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중도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대신 내주거나 무상 납품 정책을 펼치는 등 부당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고 소장에 썼다. 스마트스코어는 “자사가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해 수년 간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한 반면 카카오VX는 아무런 비용과 노력도 들이지 않고 불법적으로 솔루션을 베껴 사업에 사용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염가에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솔루션 사업 관련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했음은 물론 향후 사업 활동에 있어서도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이 스마트스코어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오기 전이라도 카카오VX는 솔루션과 관련된 영업을 일단 정지해야 한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살핀 뒤 본안 소송의 청구액을 확장하는 한편 조만간 카카오VX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VX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다음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